모빌(Mobile)의 창시자인 미국작가 알렉산더 칼더(1898∼1976)의 작품전이 19일부터 내년 2월7일까지 국제갤러리에서 열린다.모빌은 초등학생들도 미술 시간이면 만들어 본 경험이 있는 '움직이는 조각'이다. 색종이나 양철판 등으로 형태를 만들어 철사나 끈으로 연결해 공기의 움직임에 따라 하나가 흔들리면 다른 것들도 연속해서 움직이게 한 조각. 누구나 쉽고 재미있게 만들 수 있는 생활 속의 미술품이지만, 미술사적으로는 조각을 좌대에서 해방시키고, 추상적 공간에 그린 드로잉이라는 혁명적 의미를 띠고 있다.
할아버지와 아버지는 조각가, 어머니는 화가였던 미술인 집안에서 태어난 칼더는 대학에서는 기계공학을 전공했다. 이때 그가 배운 물리학과응용역학의 원리가 바로 모빌을 창안하는 바탕이 된다. 대학 졸업 후 회화 공부를 새로 시작한 그는 파리로 가서 당시의 아방가르드 작가들인 몬드리안, 미로, 마르셀 뒤샹의 영향을 받는다.
특히 색채를 삼원색과 흑백으로 제한하고 기하학적 균형을 추구했던 몬드리안의 작품 세계에 압도된 칼더는 "몬드리안의 작품을 움직이게 하고 싶다"는 생각을 품는다. 서커스와 마사 그레엄의 무용에도 흥미를 가졌던 그가 만든 철사 인체 조각에 관심을 보였던 마르셀 뒤샹이 1931년 칼더의 작품에 명명한 이름이 바로 모빌이었다. 조각가 장 아르프는 칼더의 움직이지 않는 작품에는 스테빌(Stabile·정지된 조각)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모빌은 대중문화와 현대미술을 성공적으로 조화시켰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1940, 50년대 칼더의 작품이 국제적으로 인기를 끌고 특히 60년대 이후 미국에서 대형 공공조각 붐이 일면서 유머와 재치 넘치는 그의 모빌은 고층건물의 딱딱한 이미지에 자연스러운 활기와 장난기를 주었다. 바쁘게 돌아가는 도심 거리에 세워진 모빌은 도시인에게 현대미술의 따뜻한 숨결을 불어넣었다.
칼더 작품의 국내 전시는 1993년 경주 선재미술관 전시 이후 10년 만이다. 1938년 발표된, 대표작으로 꼽히는 '무제'를 비롯해 30, 40년대 모빌 30여 점과 50년대 이후의 스테빌 등 다양한 작품들이 전시된다. (02)735―8449
/하종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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