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1년 12월18일 미국 워싱턴의 스미스소니언박물관에서 선진 10개국 재무장관이 모여 새로운 국제통화조정협정에 서명했다. 이 협정의 중요 내용은 금에 대한 달러의 평가를 순금 1온스 당 35달러에서 38달러로 7.895% 절하하고, 환율 변동의 폭을 상하 각 2.25%로 확대한다는 것이었다. 스미스소니언 협정으로 출발한 국제통화질서를 그 이전의 브레튼우즈 체제에 견주어 스미스소니언 체제라고 부른다.스미스소니언 체제는 고정환율제도를 근간으로 한 브레튼우즈 체제와 변동환율제도를 근간으로 한 킹스턴 체제 사이의 과도 체제였다고 할 수 있다. 1944년 7월 미국 뉴햄프셔주 브레튼우즈에 모인 연합국 대표들은 '미국은 달러를 금으로 바꿔주고 다른 나라 통화는 달러에 연동시키자'고 합의한 바 있다. 브레튼우즈 체제의 출발이었다. 이 체제 아래서 국제통화기금(IMF)은 가맹국의 평가 설정을 의무화하고, 이 평가가 '금 또는 미국 달러와의 교환 비율'이라는 공통의 척도로 표시돼 달러는 국제 금융의 기축통화가 되었다. 이런 금환 본위제 또는 달러 본위제 아래서 환율은 거의 완전히 고정적이었다.
그러나 미국 경제가 흔들리던 1971년 상반기에 달러가 시장으로 쏟아져 나오자, 닉슨 정부는 그 해 8월15일 '달러를 더 이상 금으로 바꿔줄 수 없다'고 선언했다. 전세계가 경악했다. 달러의 금태환이 정지됐다는 것은 4반세기 동안 세계 경제를 지탱해온 브레튼우즈 체제가 무너졌다는 뜻이었다. 이것이 이른바 닉슨 쇼크다. 그리고 이 쇼크가 그 해 12월 선진국 재무장관들을 스미스소니언박물관에 모이게 했다. 스미스소니언 협정에서 흔들리기 시작한 고정환율제도는 1976년 1월 자메이카의 수도 킹스턴에서 개최된 IMF 잠정위원회가 각국에 환율제도의 선택재량권을 부여함으로써 완전히 무너졌다.
고종석
/논설위원 aromach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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