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손해배상소송 제기 및 가압류 문제에 대한 노·사·정 합의내용에는 1,300억원에 달하는 기존의 손배·가압류를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 방안이 없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내용이 선언적 수준에 머물고 민주노총도 합의에 참여하지 않아 합의내용이 실효성을 갖기 어렵다는 지적이다.민주노총은 이날 성명을 내고 "400억원대의 공공부문 손배·가압류에 대한 일괄취하 등 정부가 당장 취할 수 있는 조치도 포함되지 않은 이번 합의는 공허하다"고 주장했다. 51개 사업장에 대해 제기된 1,300억원대의 손배·가압류를 풀 수 있는 실질적 조치 없이는 극단적인 노사 갈등을 해결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한 이번 노·사·정 합의는 노사정위원회 손배·가압류제도개선위원회의 건의로 추진됐으나 민주노총이 불참했기 때문에 현장 적용이 어려울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을 감안, 회담과정에서 노동계 대표인 한국노총은 기존 손배·가압류를 해결한다는 내용을 합의문에 담아야 한다고 끝까지 주장했다. 그러나 사용자 대표인 한국경영자총협회가 "해당 사업장이 자율적으로 해결할 문제"라며 반대, 결국 노·사·정 대표는 구체적인 해결 방안을 내놓지 못한 채 '당사자간 대화를 통해 합리적 노사관계로 발전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한다'는 추상적 합의안에 만족해야 했다. 이와 관련, 김금수 노사정위원장도 "이번 합의는 강제성을 띠지 않고 강력한 권고 정도"라며 "구체적 실행계획은 아직 없다"고 말해 한계를 자인했다.
이처럼 합의의 실효성 자체가 의문시되면서 노사가 대화를 통해 사회적 협약을 도출했다는 긍정적인 의미도 퇴색하고 있다. 한 노동계 인사는 "정부 스스로가 공공부문의 손배·가압류를 일괄취하하는 등 강력한 해결 의지를 보여주지 않으면 민간사업장의 가압류는 해결되기 어렵다"며 "앞으로 사용주가 과도한 손배·가압류를 남발하지 못하도록 합법적인 쟁의 범위를 확대하고 관련 법·제도도 속히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향란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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