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이상 기온이고, 또 따뜻하다고 해도 춥지 않은 겨울이 어디 있으랴. 단지 예년보다 덜 춥다는 것이지 정말 춥지 않은 겨울은 어느 해에도 없다. 그런 겨울 아침, 엄마와 중학교 2학년짜리 아들이 옷 때문에 전쟁을 치른다.엄마: 오늘은 어제보다 더 춥다.
아이: (이미 그 말만으로도 무슨 뜻인지 알겠다는 듯 묵묵)
엄마: 밖에 나가 보니까 정말 너무 추워.
아이: 그래서 엄마가 나 학교까지 데려다 주시려구요?
엄마: 아니. 오늘은 이거 입고 가라구.
아이: 안 입고 간다니까요. 밖에 나가 봐요. 누가 그런 걸 입고 다니는지.
어떻게든 엄마는 아이에게 외투를 입히려고 하고, 아이는 아무도 입지 않는 그 외투를 왜 자기만 입고 가야 하느냐고 따진다. 정말 밖에 나가보면 아무리 추운 날도 교복 위에 무얼 걸치고 다니는 아이가 없다. 아내는 왜 그러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지만, 예전 우리가 저 나이 때 부모님과 치렀던 '내복 전쟁'을 생각해 보면 이해 못할 일도 아니다. 추우면 입는 거지, 하고 거기에 무슨 명분이 있으랴 싶지만 추위보다는 집단적으로 친구들 앞에 서로 약한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되는 나이가 바로 저 때인 것이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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