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사랑을 받아온 장수 브랜드의 광고가 최근 내용과 형식에서 과감한 변신을 시도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오래된 브랜드의 장점은 친숙함. 그러나 친숙함이 자칫 식상함이 될 수도 있어 새로운 변신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대변신을 시도하고 있는 대표적인 장수브랜드 CF는 올해로 출시 40년을 맞은 삼양라면 CF. 삼양라면 CF는 우선 형식부터 새롭다. 일반 광고의 절반 길이인 7.5초짜리 광고 6편을 제작, 동시에 내보내고 있다. 하나의 제품을 놓고 여러 개의 광고를 제작해 동시에 내보내는 '멀티스폿' 광고 형식은 최근 유행이 되고 있긴 하지만 식품업계에서는 처음으로 시도되는 것이다.
내용도 '엄마가 끓여주는 라면을 가족들이 모여 앉아 맛있게 먹는 장면'이라는 라면 광고의 전통적인 컨셉트에서 벗어나기 위해 여자 복싱선수, 병원 인턴, 인터넷 마니아 등 라면을 즐기는 다양한 인물들을 등장시켜 눈길을 끌고 있다.
1989년부터 줄곧 '정(情)'을 테마로 해서 공익적 성격의 훈훈한 미담을 광고의 주요 내용으로 그려온 오리온 초코파이 CF도 최근 새로운 형식과 내용으로 TV를 타고 있다. 실사 영상을 애니메이션으로 만드는 '로토스코핑' 기법을 동원해 10대 청소년의 풋풋한 사랑이야기를 감각적인 영상으로 선보이고 있다. 제일기획측은 "주 타깃을 어린아이들에서 10대로 바꾸면서 변화를 준 것"이라고 말했다.
75년 처음으로 방영돼 탤런트 김혜자씨가 보글보글 끓는 찌개 국물을 떠먹으며 '고향의 맛'을 강조하는 모습으로 유명한 CJ의 조미료 '다시다' CF도 최근 새롭게 거듭났다. 파, 두부, 감자, 마늘 등 음식 재료들이 펄펄 끓는 냄비에서 온천욕을 즐긴다는 다소 코믹한 내용을 애니메이션 기법을 사용해 제작한 것. '다시다 순(純)'으로 브랜드가 바뀌면서 신세대 주부들을 겨냥한 변신에 나섰다는 후문.
또 동아제약의 박카스 CF도 지난해부터 젊은이들의 고민을 다루는 새로운 내용의 CF를 잇따라 선보이고 있고, 롯데 빠다코코넛 CF도 김자옥이 고등학생으로 분장하는 코믹한 내용의 CF를 새로 내보내고 있다. 또 가나초콜릿, 새우깡 등도 형식과 내용을 확 바꾼 CF를 제작하고 있다.
최근 이처럼 장수 브랜드 CF들이 잇따라 대변신을 시도하고 있는 것은 브랜드의 타깃이 변화하고 있는 흐름을 맞추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삼양라면 CF를 제작한 제일기획 윤종훈 차장은 "장수브랜드는 오랫동안 사랑을 받아 친숙하지만, 신세대들에게는 자칫하면 진부하게 보일 수 있다"며 "신선한 느낌을 주기 위해 내용은 물론 제작기법에도 상당한 신경을 썼다"고 말했다.
/박천호기자 tot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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