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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갈피서 튕겨나올듯한 詩語들/황인숙씨 시집 "자명한 산책" 출간 등단 20년 경쾌한 언어유희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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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갈피서 튕겨나올듯한 詩語들/황인숙씨 시집 "자명한 산책" 출간 등단 20년 경쾌한 언어유희 여전

입력
2003.12.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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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행위의 서민/ 뛰는 것, 춤추는 것, 쌈박질도 않는다/ 섹스도 않는다/ 욕설과 입맞춤도 입 안에서 우물거릴 뿐'('노인'에서) 이제 시인은 40대가 됐다. 내년이면 등단한 지 20년이 된다. '톡톡 튀는 감수성' '경쾌한 언어 감각' 등 생기발랄한 어구가 언제까지나 자유롭고 상쾌할 것 같던 시인의 작품을 향한 평이었다.황인숙(45·사진)씨가 5년 만에 다섯 번째 시집 '자명한 산책'(문학과지성사 발행)을 펴냈다. 그는 여전히 언어를 갖고 신나게 논다. "힘을 내서 빨리 (시의) 빚을 까자!"는 시인의 말부터가 그렇다. 시어의 움직임이 가뿐하고 유쾌하다. 툴툴대는 것도 감각적이다. '전엔 나도 햇볕을/ 쭉쭉 빨아먹었지/ 단내로 터질 듯한 햇볕을// 지금은 해가 나를 빨아먹네'(아, 해가 나를'에서) 한때 해를 빨아먹었으며, 이제 해에게 빨아 먹힌다니. 햇볕을 빨 듯 아이스케키를 빠는 꼬마의 탱탱한 살갗에 대한 질투심으로 붙잡은 시상이다. 마흔이 훌쩍 넘은 나이의 무게에 한숨을 내쉬면서도, 탄식 소리마저도 탄력적이다. '75세 이후의 삶이란 인간이 절멸된 세계 속에서 살아가는 것'이라는 심리학자 메리 파이퍼의 말을 인용한 '노인'은 분명히 나이 듦의 쓸쓸함을 노래한 것인데도 명랑한 시구로 가득하다.

자음 순서로 말놀이를 하고('봄'), 발음이 같은 단어로 장난을 치고('화난, 환한 수풀'), 물음표와 느낌표를 뿌려놓는다. ('가을밤'2) 시 한 편 한 편이 금세라도 튕겨 나와 날아오를 듯하다. "적극적 바람은 즐겁게 시를 쓰는 것이다. '난 즐거움으로 달려요. 난 일로 달리기 싫어요'라고 말하는 달음박질꾼처럼 즐거움으로 시를 쓰고 싶다"는 게 시인의 바람인데, 그의 시는 바람대로 쓰여지는 것 같다. '여기는 내게 자명한 세계/ 낙엽 더미 아래는 단단한, 보도블록// 보도블록과 나 사이에서/ 자명하고도 자명할 뿐인 금빛 낙엽들// 나는 자명함을 퍽! 퍽! 걷어차며 걷는다'('자명한 산책'에서) /김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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