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의 고교후배 문병욱씨가 회장으로 있는 '썬앤문' 비리의 끝은 도대체 어디인가. 손영래 전 국세청장이 지난해 썬앤문에 특별세무조사를 통해 부과된 세금을 터무니없이 깎아주는 과정에서 부하에게 영향력을 행사한 혐의로 어제 구속영장이 청구되면서 새로운 사실이 드러났다.문 회장이 "노 대통령 측근 안희정씨에게 (지난해) '노 후보가 손 국세청장에게 전화를 하도록 해달라'고 청탁했다"는 진술을 했고, 썬앤문 김성래 부회장도 "그 같은 말을 문 회장에게서 들었다"고 진술했다고 검찰이 밝힌 것이다. 두말할 것도 없이 검찰은 이제 안씨를 상대로 문 회장의 청탁을 노 대통령에게 전했는지, 또 손 전 청장은 노 대통령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는지를 규명해야 한다. 진상규명은 오히려 지금부터다.
썬앤문 사건은 처음부터 노 대통령의 오른팔 이광재씨가 등장하는 데다 지지부진하던 검찰수사가 대통령측근비리 특검을 앞두고서야 피치를 올리게 된 저간의 사정 때문에 더욱 의혹에 휩싸여 왔다. 당초 서울지검은 썬앤문 비리 수사 착수 두 달 만인 지난 6월 썬앤문의 감세 청탁을 들어주고 5,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국세청 4급 직원을 구속하는 것으로 수사를 끝내버렸다. 당시 김성래 부회장이 이광재씨에게 돈을 주었다고 했지만, 검찰은 "사기꾼의 말을 어떻게 믿느냐"고 일축했다. 그러다가 대검 중수부의 대통령측근비리 수사에서 이씨가 1억원을 받은 사실과, 손 전 청장이 누군가의 부탁을 받은 정황이 드러나기에 이른 것이다. 검찰수사가 왜 그 모양이었는지 이제야 납득이 가기도 한다.
이런 곡절을 생각할 때 대검은 어차피 특검에 넘길 사건이지만 서울지검의 부실·은폐수사를 반성하는 의미에서라도 마지막까지 진상규명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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