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암사가 있는 고한읍은 정선군에서도 가장 남쪽에 있다. 아우라지, 정선장, 오장폭포 등 정선 북쪽의 관광지보다는 태백시 쪽의 여행지가 더 가깝다. 고원도시인 태백은 강원도에서 새롭게 떠오르는 관광지로, 돌아볼 것이 많다.정암사 주위에는 교통분야에서 특별한 의미를 지닌 세 가지 명물이 있다. 만항재, 추전역, 정암터널이다. 정암사 앞길은 414번 지방도로. 일개 지방도로에 불과하지만 이 길은 만항재를 타고 넘는다. 만항재는 해발 1,340m로 국내에서 차가 다닐 수 있는 가장 높은 고개이다. 모 자동차의 CF 때문에 지리산의 정령치가 가장 높은 것으로 오해되지만 정령치 높이는 1,172m로 만항재보다 훨씬 낮다. 정선군 고한읍 고한리와 태백시 혈동을 잇는 고개이다. 태릉선수촌 고산지대 훈련소가 인근에 있다. 정상 부근은 지그재그 코스로 악명이 높다. 눈이 내렸다면 자제하는 것이 좋다.
태백시 화전동에 있는 추전역 역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열차역이다. 해발 855m. 한달에 약 10만톤의 석탄을 전국 각지로 수송했던 곳이지만 이제는 관광코스로 이름이 알려졌다. 연평균 기온도 국내 역사 가운데 최저이고 적설량도 가장 많다. 9월에 난방기를 가동해 이듬해 5월까지 끄지 않는다.
정암터널은 한때 국내 최장 터널이었다. 4,505m이다. 지금은 전라선의 슬치터널(6㎞)에 자리를 내 주었지만 순수 우리 기술로 1973년 개통된 이 터널은 통과하는 데만 9분 정도가 걸린다.
정암사에서 만항재를 넘으면 바로 태백시. 좌회전해서 언덕을 내려가면 태백산도립공원에 닿는다. 태백산은 사시사철 사랑을 받는 산. 특히 겨울이면 산 정상의 주목에 핀 설화가 산꾼들을 불러 모은다. 산이 완만해 아이들도 쉽게 오른다. 눈이 쌓이면 하산길에 비닐을 엉덩이에 대고 미끄러지는 일명 '오리궁뎅이 썰매(오궁썰매)'를 즐길 수 있다. 굳이 산에 오르지 않아도 좋다. 등산로입구인 당골광장에만 가도 놀 것과 볼 것이 많다. 석탄박물관이 있고 다음 달 중순에는 각종 얼음 조각을 볼 수 있는 눈꽃축제가 열린다.
정암사에서 만항재 반대편 길(38번 국도)로 들어서면 역시 태백과 정선을 연결하는 싸리재(두문동재)가 나온다. 만항재가 가장 높은 고개라면 싸리재는 가장 험한 고개였다. 겨울이면 삭풍이 불고 눈도 많이 쌓였다. 불통되기가 일쑤였다. 지금은 고개 아래로 터널이 났다.
이 터널을 지나 태백시에 들면 용연동굴이 나온다. 총길이 843m의 용연동굴은 4개의 광장과 2개의 수로로 이어져 있다. 석회암 절경이 펼쳐진다. 해발 900m대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옛날에는 걸어서 한참 올라가야 했다. 지금은 용연열차라는 트램카가 운행한다.
용연동굴에서 태백시 쪽으로 접근하다가 좌회전, 35번 국도를 탄다. 약 11㎞를 진행하면 왼쪽으로 샛길이 나온다. '검용소(검룡소) 가는 길'이라는 이정표가 있다. 확장공사를 벌이고 있는 길을 따라 약 10㎞ 진입하면 검룡소 입구가 나온다. 걸어서 30분이면 검룡소에 닿는다. 한강의 발원지이다. 샘에서 솟는 물은 항상 섭씨 4∼8도로 겨울에도 얼지 않는다. 산천이 모두 얼어붙으면 인근의 동물들이 이 곳에 내려와 목을 축이고 간다.
정암사에서 가장 가까운 정선의 명소는 민둥산과 정선 소금강의 화암8경. 민둥산은 늦가을에 각광을 받는 산이다. 이름 그대로 벌거벗은 산봉우리에 하얀 억새밭이 펼쳐진다. 지금은 꽃대만 바람에 흔들리지만 정상에 서면 태백산을 포함한 백두대간의 준령을 바라보는 맛이 좋다.
정선군 동면 화암리에서 몰운리까지 7㎞에 걸쳐있는 정선소금강은 사계절 모두 독특한 아름다움을 뽐낸다. 몰운대, 용마소, 신틀바위, 화암약수, 광대곡 등 석회암 지역이 만들어내는 절묘한 풍광이 계속 이어진다. 그 중 광대곡의 12용추폭포는 파랑, 노랑, 빨강, 하양, 검정 등 색깔이 서로 다른 5개의 용소와 7개의 연못으로 이루어져 있다. 계절마다 소의 빛깔이 변한다.
화암동굴은 정선소금강의 으뜸 명물로 떠오른 동굴. 금광과 자연 석회암 동굴을 이은 독특한 테마 동굴이다. 석회암동굴도 장관이지만 금의 채취부터 쓰임새까지 자세하게 알려주는 금 박물관이기도 하다. 화암약수를 빼놓을 수 없다. 철분과 탄산이 포함되어 있어 위장병, 피부병 등에 효험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글·사진 권오현기자 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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