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방에서 중심으로 파고 들어가리란 쉽지 않다. 그러나 꼭 불가능한 일만도 아니다.국립극단 53년 사상 최초로 단원 출신이 아닌 외부인으로서 앞으로 2년 간 국립극단을 이끌게 된 연출가 이윤택(51·전 연희단거리패 대표)씨를 보면 적어도 그렇다.
국립극장(극장장 김명곤)은 15일 산하 국립극단, 국립무용단, 국립창극단, 국립관현악단 4개 단체의 단장직을 없애고 예술감독 중심 체제로 바꾸면서 국립극단 예술감독에 이윤택씨를 내정했다. 83년 한국 연극계의 변방이라고 할 부산 가마골 소극장에서 연극을 시작한 그가 20년 만에 국립극단의 총책임자가 된 것이다.
"장민호, 백성희 선생님 같은 분들이 여전히 현역으로 활동하고 계신 국립극단은 연출가가 아니라 배우가 주인인 조직입니다. 처음 제의를 받았을 때는 단원들 동의 없이는 못하겠다고 했죠." 평소 시원시원하고 화끈한 화법을 구사하는 그답지 않게 조심스러운 대답이었다.
그래도 국립극단을 이끌고 갈 마스터플랜은 이미 그의 머리 속에 그려져 있었다. "최인훈, 오태석 선생에서 이만희씨의 작품까지 그 동안 국립극단이 무대에 올린 작품 중 좋은 것들이 참 많아요. 그런 작품을 되살려 고정 레퍼토리로 삼을 생각입니다."
구상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신작 공연은 워크숍과 독회를 통해 세심한 사전 검증을 거친 뒤 올리려고 해요." 그는 대학로 연극인들과 국립극단 사이에 존재하는 거리감을 줄이기 위한 복안도 제시했다.
연극인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해 국립극단 단원은 물론이고 모든 연극인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 시류에 편승하지 않는 클래식한 작품을 통해 국립극단의 위상을 끌어올리겠다는 말도 빼지 않았다.
클래식에 충실하겠다는 말을 그의 입에서 듣는 건 다소 의외였다. 시인, 극작가, 연출가, 영화감독에 이르기까지 문화 전방위에 걸쳐 활동하며 기존 문법과는 전혀 다른 자신만의 강한 색깔을 만들어 온 그다. '문화 게릴라'라는 꼬리표도 따라다닌다.
"제가 무슨 체게바라도 아니고, 게릴라라는 말은 안 좋아해요. 지방 사람인데다 학벌도 없어서 그런지 저에 대한 편견이 있는 것 같아요. 그러나 이제껏 만들어 온 연극이 미학적 규범에서 벗어나지 않았다고 자신합니다."
/김대성기자 loveli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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