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밑이다. 색색의 조명으로 단장된 거리와 건물이 연말 도심야경을 만들어 내지만 지난해와 같은 곳들로 크게 달라지지 않은 모양새다. 추억을 새길 새로운 장소를 찾는다면 어둠이 내린 한강이 어떨까. 강변도로를 드라이브하거나 둔치나 유람선, 한강이 내려다 보이는 전망 좋은 카페에 앉아 밤의 한강을 관조하다 보면 탄성이 절로 나온다. 불 밝힌 형형색색의 한강다리들과 강변도로를 달리는 차량들의 불빛이 연출하는 환상적인 장면 때문이다. 일몰부터 다음날 새벽2시까지 즐길 수 있다.성탄절 전에 5개 다리 더 불 밝혀
올해는 지난달 4일 확장 개통되면서 불을 밝힌 광진교를 비롯해, 성탄절 전에 양화·한강·반포·잠실대교와 당산철교 등 5곳의 야간조명이 밝혀진다. 이로써 서울시가 관리하는 21개의 한강다리 중 15곳이 조명시설을 갖추게 된다.
다리 난간에 설치한 청색과 녹색의 필터를 교대로 밝혀 물결의 흐름을 형상화 한 광진교에는 발코니 모양의 전망대 6곳이 있어 다리위에서 직접 야경을 즐길 수 있는 것이 특징. 다리 북단에서 이어지는 강변북로도 구리시 경계까지 1.5㎞ 구간에 조명시설이 완료돼 새로운 야경명소가 됐다.
1999년 새천년맞이 행사로 임시조명을 밝혔던 한강대교는 아치교의 특성을 살린 입체조명이 설치된다. 발광다이오드(LED)를 이용해 아치에서는 푸른 빛이 움직이면서 물의 흐름을, 교각부에서는 물보라의 이미지를 형상화 한다. 잠실대교 교각밑에 발하는 빨강 파랑 초록 오렌지색은 사계절의 이미지를 상징한다. 다양한 빛과 그래픽이 투사될 다리 아래 수중보에 높이 5m의 폭포수가 드러나면서 물과 빛이 연출하는 신비로움을 감상할 수 있다.
웅장한 해돋이 이미지로 도시의 역동성을 표현할 반포대교엔 10m간격으로 하향조명이 설치되고, 반포대교 아래 잠수교엔 광섬유의 라인조명이 다양한 색상을 연출하게 된다. 꽃 문양의 다리난간에 조명 초점이 모아질 양화대교는 선유도의 야경과 조화를 이루게 된다. 특히 선유도엔 이 달 내로 야간 조명시설 '명죽'(明竹)이 설치돼 큰 대나무 숲의 야경이 연출된다.
지하철 2호선의 고유색인 녹색조명을 사용해 '빠르고 안전한 철교' 이미지를 강조할 당산철교는 한강유람선이 통과하는 아래쪽을 밝게 연출하고, 다리 난간은 흰색으로 포인트를 줘 도시적 감각을 살릴 계획이다.
한강교량 조명의 어제와 내일
한강다리 야간조명은 97년 성수대교 일부구간과 신행주대교(현재 수리중)에 조명시설이 설치되면서 시작돼 지난해 월드컵을 맞아 크게 늘어났다. 오렌지의 부드러운 불빛으로 V모양의 교각과 다리 상단의 곡선을 강조한 원효대교와 한강수면을 활주로로, 트러스를 비행기 몸체로 형상화 한 방화대교는 야경 명소로 꼽히고 있다.
서울시는 나머지 6개 교량 중 내년에 천호대교와 영동대교에 이어 2005년엔 잠실철교와 함께 확장공사가 끝나는 한남·마포대교에도 불을 밝혀 한강교량 조명사업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조류서식지인 밤섬을 지나는 서강대교는 제외된다. 또 다리는 아니지만 물위를 지나는 강변북로 한강철교와 당산철교 사이, 반포대교와 동호대교 사이 구간에도 조명을 설치해 교량과 같은 야경을 연출할 계획이다.
안재혁 도시경관팀장은 "한강다리의 야경이 이미 외국인 관광코스에 포함되고 있다"며 "한강을 가로지르는 1㎞ 이상 규모의 교량 수십 개가 연출하는 웅장하고 다양한 야경은 서울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야경명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국기자 d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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