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사진) 미 대통령은 15일 백악관에서 열린 기자회견 내내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 체포의 기쁨을 억누르지 않았다. 그는 47분의 회견에 많은 시간을 후세인 생포의 의미를 새기는 데 할애했다. 10월 이라크 정책에 대한 비판이 고조되던 때 열린 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함정"이라며 자르던 모습과는 딴판이었다.아버지 부시 전 대통령을 살해하려 했던 가문의 원수를 응징한 데 대한 속마음도 감추지 않았다. 부시 대통령은 후세인 전 대통령 체포 소식을 듣던 순간을 앓던 이를 뺀 기분에 비유하며 "사담, 당신이 없는 세상이 훨씬 나아"라고 말했다. "당신이 구멍을 파고, 그 안에 기어들어가 있는 꼴이 재미있다"고 후세인 전 대통령을 조롱하기도 했다.
부시 대통령은 '후세인 효과'를 대선용 국내정책을 홍보하는 호재로 삼는 데도 주저하지 않았다. 그는 노인들을 위한 처방약 혜택에서부터 부분 낙태금지법안 서명에 이르기까지 장황한 설명을 이어갔고 9·11 이후 묻어두었던 이민 자유화법을 다시 추진할 의사도 비쳤다. 번영하는 미국 경제를 거론하며 막대한 예산적자도 통제할 수 있다는 낙관론도 폈다.
지금대로라면 그는 재선을 향해 탄탄대로를 달릴 것으로 예상된다. NBC와 월스트리트저널이 14,15일 각각 유권자 51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공동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후세인의 생포 소식이 발표된 15일 오전 이후 실시된 조사에서 부시 대통령의 지지율은 전날의 52%보다 상승한 58%로 집계됐다.
부시는 이날 "내 임무는 막중하다"며 "2004년 다시 그 임무를 추구할 것"이라고 말해 대선 출마를 공식화했다. 부시는 이날 민주당 대선 후보 경쟁에서 선두를 달리는 하워드 딘 전 버몬트 주지사에게도 일격을 날렸다. 그는 딘 후보가 자신이 9·11 테러를 사전 인지했을 가능성을 제기한 데 대한 질문을 받고 "터무니없는 환심사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나 딘 전 주지사도 물러서지 않았다. 딘은 이날 미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강연에서 "후세인의 체포로 미국이 더 안전해지지 않았다"며 부시와 더욱 대립각을 세웠다.
그는 "부시 대통령은 북한이 핵 보유국이 된 사실에 책임을 져야 한다"며 부시의 대북정책도 맹공했다.
그러나 후세인 생포 이후 이라크 전쟁에 반대해온 그는 미래의 경쟁자인 부시 대통령뿐 아니라 눈앞의 당내 경쟁자로부터 협공을 받는 신세가 됐다. 민주당의 경선 주자들은 이날도 딘이 민주당의 후보로 나설 경우 안보 문제상의 결점으로 부시 대통령에게 제물이 될 것이 뻔하다며 공세를 늦추지 않았다.
/워싱턴=김승일특파원 ksi810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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