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 우선협상대상자가 16일 워크아웃 돌입 4년 만에 결정됨에 따라 한국 자동차산업 구조개편의 해묵은 과제인 쌍용차 '주인찾기'가 성공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한국 기술과 중국 시장의 결합
란싱(藍星)그룹은 인수제안서에서 2010년까지 7억 달러를 투자해 쌍용차의 생산설비와 연구개발(R& D)을 보강하고 중국에서도 산하 자동차 회사인 '중차(中車)그룹'에 3억 달러를 투자하는 등 총 1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한국을 생산 및 연구개발 기지로 삼고, 중국을 주력 판매시장으로 설정하겠다는 계획이다.
란싱은 쌍용차 인수로 군납 생산에 머무르던 자동차 부문에 본격 진출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게 됐으며, 쌍용차도 중국 시장에서 유리한 고지에 설 수 있게 됐다. 또 단기적으로 쌍용차는 우월한 기술력을 앞세워 인수 후에도 회사경영과 운영에 주도권을 쥘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쌍용차는 중국의 또 다른 자동차 회사인 상하이 후이쭝과 합작해 내년 1월부터 이스타나 조립생산을 시작하는 등 2007년까지 중국 현지 조립생산 규모를 10만대로 끌어올리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한편에서는 쌍용차의 중국 인수가 무서운 기세로 성장하는 중국 자동차산업이 한국을 추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현대증권 송상훈 연구원도 "쌍용차가 란싱에 기술을 제공해야 하는 상황이기때문에 국내 기술의 유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쌍용차 주인 찾기 고비 많아
채권단은 이달 말까지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내년 1분기 이내에 본 계약을 체결, 매각작업을 신속히 매듭짓는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총자산이 200억위안(약 3조원)에 불과한 란싱이 당장 7,000억원에 달하는 인수대금을 마련할 수 있을지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또 란싱이 약속하는 향후 10억 달러 투자계획 역시 실현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분석하고 있다.
특히 이번 우선협상대상자 선정방식이 과거 포드의 대우차 매각협상과 같이 구속력이 없어 향후 가격협상이 란싱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크며, 유찰을 방지할 제도적 장치도 미비한 실정이다.
독자생존을 주장하며 전면파업을 실시하겠다는 쌍용차 노조의 태도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노조는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소식이 알려지자 매각반대를 주장하며 18일 4시간 파업키로 결의했다. 노조 관계자는 "총파업은 신중히 결정하겠지만 언제든 파업에 들어갈 수 있도록 준비해 나갈 것"이라며 "내년 3월로 예정된 매각 본 계약 체결 저지에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내 경쟁사들은 GM이나 르노 등 세계 메이저 메이커들이 쌍용차를 인수하는 것보다는 단기 파급효과가 적을 것이라며 안도하는 표정이다. 하지만 향후 중국 시장 진출이 본격화되면 생산량이 급속히 늘어나면서, 규모의 경제를 갖출 수 있게 되기 때문에 머지 않은 장래에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정영오기자 young5@hk.co.kr
● 쌍용자동차는 국내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SUV) 점유율 1위 업체이지만 3번이나 주인이 바뀌는 비운을 겪었다.
1954년 설립된 하동환자동차제작소가 모태인 쌍용차는 77년 동아자동차로 이름을 바꾼 후 86년 쌍용그룹에 인수돼 88년 쌍용차로 재탄생했지만 쌍용그룹이 부실 차단을 위해 96년부터 매각을 추진, 98년 대우그룹에 전격 인수됐다. 2000년 대우에서 분리된 이후 채권단 관리를 받아왔으며 구조조정을 통해 탄탄한 완성차 업체로 탈바꿈했다. 지난해 3조4,173억원 매출에 3,184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 란싱그룹은 1984년 설립된 중국 최대의 화학공업 그룹으로 자동차 부품과 정비를 담당하는 중차 그룹을 포함해 100여개 기업을 산하에 두고 있다.
특히 현대모비스와 합작해 북경현대자동차의 리어범퍼 납품회사인 '북경모비스 중차'를 운영하고 있다.
또 성우하이텍과도 자동차부품 합작기업을 운영 중이다.
중차그룹은 자산 40억 위안으로 전국 21개 도시에 33개 공장을 두고 군납용 4륜구동차를 생산하고 있으며 쌍용과 기술제휴를 추진하다가 인수로 선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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