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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교육 망국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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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교육 망국론

입력
2003.12.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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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한국 학부모들이 지출하는 사교육비가 3년 사이 3배나 늘었다는 통계가 발표되었다. 지난 9∼10월 한국교육개발원의 사교육 실태조사 결과 전국 초·중·고교 학생의 72.6%가 각종 사교육을 받고 있으며, 여기에 지출되는 비용은 13조6,485억원이었다. 이는 교육부 예산(24조9,036억원)의 절반이 넘는 액수인데, 여기에 유아 교육비와 대학생 학원비, 조기 유학비, 대학생 해외연수 및 유학경비를 합치면 25조원을 넘는다는 추계가 있다. 사교육에 정부 교육예산보다 많은 돈을 쓴다는 진기록이다.■ 사교육비 평균 지출액은 월 20만∼30만원 정도였다. 그러나 서울 강남지역 학부모들은 월 150만원 정도를 쓰고도 불안해 견딜 수 없다고 말한다. 집을 팔아서라도 내 아이 사교육은 빼먹을 수 없고, 그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주부들이 온갖 부업을 찾아 나서는 새로운 풍속이 정착되었다. 한 학생이 10개의 학원에 다니는 사례도 드물지 않다. 좋은 학교 찾아가는 것은 옛날 일이고, 잘 가르치기로 소문 난 학원이 가까운 동네 아파트는 부르는 게 값이다. 낡은 서민 아파트 값이 몇 억원 가는 기현상이 사교육 광풍의 현주소다.

■ 이번에는 해외 유학생이 급격히 늘었다는 소식이다. 교육인적자원부 통계에 따르면 10년 전까지만 해도 8만명 대에 머물던 유학생이 9월 말 현재 16만명이 되었다. 여기에 작년 한해에만 1만명이 넘은 초·중·고교 조기유학생을 모두 합치면 해외 유학생은 20만명에 육박하리라 한다. 웬만한 중소도시 인구가 모두 유학을 간 셈이다. '기러기 아빠'라는 신조어가 화제가 되는가 했더니, 어느새 우리 주변에도 조기 유학생을 가진 가정이 많이 생겨났다. 유학지가 북미 지역과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등 영어권이 대부분인 것을 보면, 역시 영어에 목을 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얼마 전 미국에서 활동중인 한국인 학자들이 교육 망국론을 들먹이며 정부 당국에 획기적인 교육개혁을 촉구하는 서한을 보내왔다. 갈수록 외면 당하는 공교육과 눈덩이처럼 커지는 사교육 의존도, 자율과 경쟁이 없는 획일적인 교육제도, 이공계 학과 기피현상 등을 지적한 그들은 한국의 교육이 이대로 가다가는 나라가 망하게 될 것이라고 걱정했다. 국내에서도 자율과 경쟁체제를 부르짖는 소리가 끊임 없이 이어지지만, 교육당국과 학교 책임자들은 별 관심이 없는 것 같다. 이웃 나라들은 교육에 나라의 미래를 걸고 부단히 연구하고 실험하는데, 우리는 언제까지 그저 바라보고만 있을 것인가.

/문창재 논설위원실장 cjm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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