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전 삼성에 입단할 당시의 초심으로 돌아가 일본에서 한국야구의 자존심을 곧추 세우는데 올인(All―in)하겠다."국민타자 이승엽(27)이 마침내 지바 롯데 마린즈의 유니폼을 입고 일본프로야구 정벌을 향한 대장정의 첫 발을 내디뎠다. 이승엽은 16일 오후4시 지바현 뉴오타니호텔에서 가와기타 도모카즈 롯데 구단대표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공식 입단식에서 계약서에 사인을 하고, '삼성 라이온즈 이승엽'이 아닌 '롯데 마린즈 이승엽'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공식적인 계약조건은 알려진대로 2년에 총액 6억6,000만엔(약72억원). 가와기타 대표는 그러나 구체적인 액수를 함구한 채 "관례상 계약조건을 밝히지 않는다. 상상할 수 있는 수준이다"고 밝혔다. 이승엽은 이날 9년 동안 입어왔던 삼성유니폼 대신 롯데의 새 모자와 삼성시절 등번호인 36번이 새겨진 유니폼으로 갈아 입었다.
지난 11월9일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지 37일 만에 롯데에 새 둥지를 튼 이승엽은 이로써 국내프로야구 출범 이후 8번째로 일본에 진출한 선수가 됐다. 타자로서는 1998년 주니치 드래곤즈에 진출한 이종범(기아) 이후 2번째. 이승엽의 가세로 일본 무대에서 뛰는 한국 선수는 구대성(오릭스 블루웨이브스 투수)을 포함, 2명이 됐다.
이날 오전11시께 아내 이송정(21)씨, 롯데와 협상을 맡았던 J's 엔터테인먼트 일본지사장 김기주씨 등과 함께 일본 나리타공항에 도착한 이승엽은 롯데팬 및 민단 소속 동포 100여명의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이승엽은 입단식에 앞서 홈구장인 마린즈 스타디움에 들러 라커룸을 배정받은데 이어 구단이 마련해준 맨션도 둘러봤다.
이승엽은 기자회견에서 "내년 시즌 홈런 30개, 타율 2할9푼이 목표"라며 "마린즈 스타디움은 바람이 세고 주변환경이 낯설지만 팀을 우승으로 이끌고 싶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승엽은 또 "일본 투수들은 한국 선수들과 비교해 스피드는 별 차이 없다. 하지만 코너웍과 포크볼이 수준급"이라며 "2000시드니올림픽 맞대결에서 홈런과 결승타를 쳤던 퍼시픽리그 최고의 투수 마쓰자카(세이부 라이온즈)는 실력이 하늘과 땅 차이로 강해진 만큼 비디오분석 후 한가지 볼만 노려서 치겠다"고 말했다.
가와기타 구단 대표는 "일본에 왔던 한국 선수 가운데 가장 실력있고 인기를 겸비한 선수"라고 이승엽을 추켜세운 뒤 "2년간 활약하면 자동적으로 메이저리그의 문이 열릴 것"이라고 화답했다. 이승엽의 입단식에는 한국과 일본의 취재진 100여명이 모여 열띤 취재경쟁을 벌였다. 이승엽은 17일 오전 신동빈 롯데구단주대행을 만난 뒤 오후에 귀국한다.
/박석원기자 spark@hk.co.kr
■ 이승엽 입단 이모저모
○…롯데 마린즈와의 공식 입단식을 위해 16일 오전 도쿄 나리타공항에 도착한 이승엽(27)은 입국장에 들어선 순간부터 열성적이기로 유명한 롯데 응원단과 재일동포등 100여명의 환영을 받았다. 특히 민단소속 동포들이 치마와 색동저고리 등 한복을 곱게 차려있고 나와 눈길을 끌었다. 이들은 또 이승엽이 삼성 시절 타석에 들어설때마다 테마송으로 사용했던 김진표의 '아직 못다한 이야기'를 합창하며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오후 12시40분께 이승엽이 마린즈스타디움에 들어서자 구단측에서 '대환영 라이언킹 이승엽'이라고 한글로 쓰여진 축하 문구를 전광판에 띄워 분위기를 북돋았다. 이어 갈매기 모습의 암수 마스코트들이 이승엽 부부에게 꽃다발을 전달했다. 이승엽은 구장 내 맞바람이 많이 불고 해가 백스크린 뒤쪽에서 강하게 내리쬐자 구단 관계자에게 "시즌 중에도 이 정도의 바람이 부는가", "낮 경기 대 해는 저 위치에 있는가" 등등 틈틈히 구장 상태를 체크하기도.
○…이승엽은 간단한 환영식을 마친 뒤 라커룸에서 내년 스프링캠프와 시즌 때 사용할 여러 자루의 사사키 방망이를 무게 별로 주문했다. 한편 이승엽은 경기 중 징크스를 묻는 일본 기자의 질문에 "경기 전 음식을 먹다 유니폼에 흘리면 기분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일본프로야구 퍼시픽리그 사무국이 최근 '국민타자'를 일본으로 떠나보내는 한국야구 팬들에게 이메일로 위로의 글을 보내왔다. 사무국은 한국야구위원회(KBO)을 통해 "이승엽을 일본으로 떠나보낸 한국팬들은 스즈키 이치로(시애틀 매리너스)가 미국에 진출했을 때 일본팬들이 느꼈던 심정과 같을 것"이라는 뜻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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