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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983>飛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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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983>飛行

입력
2003.12.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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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3년 12월17일 노스캐롤라이나주 키티호크의 날씨는 세찬 바람 속에 차가웠다. 오하이오 출신의 두 사내가 몇몇 구경꾼들의 도움을 받아 자신들의 발명품을 해안으로 밀고 있었다. 이들은 형제였다. 형 윌버 라이트는 36세였고 동생 오빌 라이트는 32세였다. 이들의 기계는 글라이더 비슷해 보였다. 날개 두 개가 달려 있었고, 12마력 엔진에 연결된 기다란 자전거 체인에 프로펠러 두 개가 이끌리고 있었다. 이들은 이 기계를 '플라이어(The Flyer)'라고 불렀다.오전 10시35분, 오빌이 플라이어에 올라타 엔진을 작동시키자 기계는 이름 그대로 하늘을 날기 시작했다. 인류 역사상 최초의 가솔린 동력 비행기가 하늘을 나는 순간이었다. 플라이어는 12초 동안 36m를 비행했다. 라이트 형제는 이 날 하늘을 세 차례 더 날았다. 정오께 이뤄진 마지막 비행은 윌버가 시도했는데, 그는 59초 동안 260m를 날았다. 오후가 되면서 더욱 거세진 바람에 플라이어의 동체가 일부 훼손되는 바람에 그 날의 비행은 거기서 끝났다.

라이트 형제가 하늘을 처음 난 사람은 아니다. 프랑스의 몽골피에 형제가 더운 공기를 채운 기구를 이용해 사람을 하늘로 띄운 것은 대혁명이 일어나기도 전인 1784년이었다. 라이트 형제는 또 항공기를 처음 만든 사람도 아니다. 영국의 조지 케일리 경(卿)이나 독일의 오토 릴리엔탈은 스스로 고안한 다양한 디자인의 글라이더를 통해 19세기 유럽의 하늘을 날았다. 라이트 형제는 심지어 동력 비행기를 처음 만든 사람도 아니다. 1890년 10월9일 프랑스인 클레망 아데르는 증기엔진을 이용한 비행선으로 하늘을 50m 가량 난 적이 있다. 그러나 우리는 오늘날 라이트 형제를 '비행기의 발명가'라고 부른다. 우리가 지금 알고 있는 비행기가 이들로부터 비롯됐기 때문이다.

고종석

/논설위원 aromach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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