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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로 본 2003]<1> 손길승 SK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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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로 본 2003]<1> 손길승 SK 회장

입력
2003.12.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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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이 부실을 낳는 것을 보면서 술 없이 잠을 이룰 수 없었던 적도 많았습니다. 다시는 과거의 문제로 불행해지는 기업과 기업인이 없도록 제가 마지막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합니다." SK사태에 관련한 대규모 분식회계와 비자금 조성 혐의로 법의 심판을 받게 된 손길승(사진·62) SK그룹 회장이 5월초 서울지법 결심공판에서 눈물을 흘리며 한 최후 진술이다.일개 사원에서 출발, 재벌 총수 자리에 오른 손 회장은 올해 화려한 샐러리맨 신화의 주인공에서 '비자금덫'에 걸려 낙마한 기업인으로 추락하는 비운을 겪었다. 손 회장은 2월초 범 재계의 강력한 추대로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을 맡을 때 까지만 해도 순풍을 만난 듯 했다. 하지만 새 정부 출범이후 시작된 검찰의 부당내부거래 수사가 일파만파의 파장을 일으키며 손 회장은 물론 SK그룹 전체가 위기에 휘말리는 혹독한 시련을 겪었다.

검찰은 연초 워커힐과 SK(주) 주식간 스왑거래로 수백억원대의 부당차익을 챙긴 최태원 SK(주) 회장을 전격 구속한 데 이어 손 회장에 대해서도 SK네트워크(옛 글로벌)의 분식회계를 주도한 혐의로 기소했다. 이 사태로 네트웍스는 유동성위기에 몰려 채권단 공동관리에 들어가고, 최 회장의 주식 전부가 채권단에 담보로 잡히는 등 그룹 자체가 흔들리는 타격을 입었다. 설상가상으로 외국계 소버린자산운용이 SK(주) 주식을 은밀히 매집, 대주주(14.99%)로 급부상하면서 네트웍스 출자전환 반대 등 사사건건 발목을 잡아 SK측과 갈등을 빚고 있다.

손 회장의 시련은 재계 전체의 시련으로 이어졌다. SK해운 비자금 수사과정에서 100억원의 '검은 돈'이 지난 대선때 한나라당에 흘러 들어간 것이 드러나면서 정·재계를 뒤흔들었다. 검찰은 여야의 불법대선자금의 전모를 캐기 위해 삼성, LG, 현대차, 롯데 등 주요그룹 총수와 구조본 관계자들을 줄줄이 소환하면서, 재계가 다시금 비자금 스캔들로 위기를 맞고 있다. 손 회장은 결국 전경련회장에 취임한 지 9개월만에 중도하차하는 불명예를 선택해야 했다.

올해 내우외환에 시달린 손 회장은 최근 임직원들에게 '신 SK가치(New SK Value)'를 설파하고 있다. 손 회장은 "국민과 고객들로부터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강하고 건전한 기업으로 거듭나야 한다"면서 "이미지 개선을 통해 사회적 책임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의춘기자 e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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