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VD타이틀에는 보물 찾는 재미가 있다. DVD를 볼 때 제작자의 장난기가 발동하거나 의외의 재미를 주기 위해 DVD 메뉴 안에 몰래 숨겨둔 깜짝 볼거리가 있다는 사실을 아는가.'이스터 에그'(Easter Egg)로 부르는 이 보너스는 컴퓨터 소프트웨어에도 찾아볼 수 있는데 주로 개발자 이름이나 웃음을 자아내는 그림을 몰래 넣어놓는다. 이스터 에그는 메뉴로 제공되므로 리모콘의 특정 버튼을 누르거나 이동해야만 볼 수 있어 마치 소풍 때 하던 보물 찾기의 즐거움이 가득하다. 인터넷 DVD관련 동호회에 가면 게시판에 이스터 에그를 찾는 비법을 서로 알려주기도 한다.
이스터 에그는 말 그대로 부활절 달걀 풍습에서 유래된 것. 기독교인들은 부활절에 삶은 달걀을 나눠주는 풍습이 있는데 일부 장난기 있는 사람들이 삶은 달걀 대신에 날달걀을 줘 다른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이런 장난을 응용해 컴퓨터 프로그래머들이 소프트웨어에 이스터 에그를 넣기 시작한 이래 CD롬 타이틀, 게임으로 확장되고 디지털영상물인 DVD타이틀에까지 퍼지게 된 것이다.
'봄날은 간다' DVD의 2번째 디스크를 찾아보면 봄날 해장 라면 조리법이 숨겨져 있다. 영화 속의 남녀 주인공이 끊여 먹던 라면을 맛있게 끊여먹는 비법인 셈이라 이채롭다. 장국영의 추모작인 '이도공간' DVD의 이스터 에그로는 그의 천도제 현장이 수록돼 가슴이 뭉클하다.
박찬욱 감독의 '공동경비구역JSA' DVD를 찾아보면 놀랍게도 국가보안법 전문이 나온다. 이를 보려면 판문각 글씨를 메뉴에서 찾아야 한다. '장화, 홍련' DVD에는 이 영화로 스타덤에 오른 문근영 임수정의 영상편지와 DVD크레딧이 감춰져 있다.
장준환 감독의 재기 넘치는 영화 '지구를 지켜라' DVD에는 비밀번호를 입력하면 영화에서 주인공 병구가 외계인을 추적하기 위해 찍은 폴라로이드 사진이 모두 공개된다. 영화 개봉과 관련된 4개 숫자를 찾아낼 것. 이같이 숫자를 넣는 방식으로 유명한 DVD는 역시 '터미네이터2 최종판(UE)'. 5개의 숫자를 입력하면 극장에서 보지 못한, 해피 엔딩으로 끝나는 특별판 영화를 볼 수 있다. 이렇게 결말이 났다면 3편은 결코 제작되지 못했을 것이다.
'살인의 추억' DVD에는 봉준호 감독이 1994년 제작한 단편영화 '백색인'이 숨겨져 있다. 2번째 디스크 '제보' 메뉴의 디지털카메라를 눈여겨보면 쉽게 찾을 수 있다. 곽경택 감독의 '똥개' 본편 디스크에선 엄지원의 셀프카메라를 만날 수 있다.
앞으로 DVD를 볼 때는 기획자들이 팬들을 위해 마련한, 짜릿한 보물 찾기인 이스터 에그를 놓치지 말자.
/DVD컬럼니스트 kim@journalis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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