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금실 법무부장관은 한 해 내내 이슈메이커였다. 오죽하면 '강효리'라는 다소 경박한 별명까지 붙었을까.15일 오후 가요기획사 네띠앙 엔터테인먼트로부터 한 장의 팩스가 들어왔다. "미시밴드의 리더 오윤경씨와 강금실 법무부장관은 현재 아무런 인척 관계가 없다"는 내용이었다. 앞서 대다수 언론은 '강장관 올케 가수 데뷔'라는 내용의 기사를 내보냈다. 이게 무슨 일일까.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14일 네띠앙은 신인 밴드 소개 자료를 보냈다. 여성 3인조 그룹 '미시밴드'로 성인을 대상으로 품격 있는 노래를 들려주겠다는 취지라 했다. 여기까지는 별 이목을 끌지 못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멤버 중 리더인 오씨의 프로필을 보는 순간 이야기는 달라졌다. 오씨가 강 장관의 올케라는 것이었다. 오래 전부터 고아원, 양로원을 찾아 봉사활동을 해왔으며 힘들 때마다 강 장관이 정신적 버팀목이 됐다는 뒷이야기까지 상세히 담고 있었다. 15일 대부분의 신문은 이 내용을 비중 있게 보도했다. 하지만 법무부는 즉각 기획사에 "사실과 다르다"는 전화를 했고, 기획사는 황급히 번복하는 자료를 또 낸 것이다.
오씨는 강 장관의 오빠 정우씨와 1997년 이혼한 상태. 때문에 엄밀히 말해 '현재'는 인척 관계라 할 수 없다. 사건은 기획사의 홍보 과욕에서 시작됐다. 우연히 오씨가 강 장관의 시누이라는 사실을 안 기획사는 '강금실 효과'를 노려 서둘러 정보를 제공한 것이다. "이혼 사실을 몰랐다. 다만 강 장관의 올케라 밝히면 홍보에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해 자료를 만들다"고 해명했다.
물론 언론이 오씨에게만이라도 확인했다면 이 같은 해프닝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기획사와 매니저를 통해서만 가수와의 직접 접촉이 가능한 연예계 취재 관행상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하루만에 해프닝으로 끝난 '강 장관 올케 가수 데뷔' 사건은 결국 선정적 이슈에 치중하는 기획사의 욕심, 언론의 속보 경쟁이 빚어낸 합작품이었다.
/최지향기자 mis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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