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이 체포됨에 따라 이라크 정세가 획기적으로 안정될 것이란 기대다. 토굴 속에 무기력하게 웅크리고 있던 후세인의 체포가 저항세력을 소멸시키진 않겠지만 기세를 꺾을 것이고, 이라크 민중에게 후세인 시대의 종말을 확인시켜 새로운 운명을 수용하게 할 것이란 전망이다. 전쟁에 반대해 미국과 갈등하던 나라도 태도를 누그러뜨릴 것으로 보인다. 후세인 체포는 대세를 되돌릴 여지없이 결정지었다는 평가다.그러나 미국이 이라크 침공의 주된 표적으로 선전한 독재자의 체포가 전쟁과 점령의 정당성 논란을 해소한 것은 아니다. 이라크 안정과 재건에 가로놓인 장애가 사라진 것도 아니다. 드라마틱한 체포에 대한 환호가 잦아들면, 점령통치의 본질에 관한 논란과 장애는 그대로 남은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란 지적이다. 대세가 급변했으니 우리도 추가파병을 서둘러야 한다고 재촉하는 것은 나라의 체모를 생각할 때 가볍게 보인다.
국제사회는 당장 후세인 처벌문제를 논란한다. 미국은 후세인을 이라크 과도통치위가 지난 주 설치근거를 마련한 전범재판에 넘길 방침이다. 그러나 꼭두각시에 불과한 과도정부가 공정한 재판을 할 것인지 회의하는 국제사회는 유엔이 주관하는 국제법정에 넘겨야 한다고 주장, 지루한 논쟁을 예고했다. 이 같은 이라크의 자주성 논란은 많은 이라크인을 핍박한 후세인 처벌보다 새 국가건설을 외세가 주도하는 것과 관련해 갈수록 치열할 것으로 우려된다.
미국은 후세인 체포가 반외세 감정을 완화하고 민족내부 화해에도 도움될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미국이 이라크 지배를 강화할수록 반발과 저항도 커질 수 있다. 한 나라와 민족의 운명이 걸린 곳에 우리 자신의 국익을 앞세워 조급하게 뛰어드는 것은 삼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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