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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낙제생을 위한 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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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낙제생을 위한 변명

입력
2003.12.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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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를 마감하며 손에 쥔 한국경제의 성적표는 초라하기만 하다. 총점에 해당하는 경제성장률부터가 2.9%(한국은행 추정치)로 외환위기때인 1998년과 2차 오일쇼크가 닥친 80년의 마이너스 성장을 제외하면 40여년만에 최저치이다. 각론으로 따지더라도 금융시장을 위기로 몰아 넣고 무수한 가정을 파탄에 빠뜨린 카드사태나 계층간·지역간 첨예한 갈등을 심어준 집값 폭등사태가 아직도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두 현안은 모두 정부의 정책실패가 부른 인재(人災)라는 점에서 더욱 비난의 표적이 되고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최근 노무현 대통령은 연말 개각에 대해 언급하면서 경제팀에 각별한 신임을 표시했다. 특히 총선 출마설이 나돌고 있는 김진표 부총리에 대해 "어려운 고비 넘기고 빛 볼 때 됐는데 고생만 했다‥"라며 유임 가능성을 강력히 시사했다.

이는 김 부총리를 비롯한 경제팀 주요 장관들을 연말 개각에서 반드시 교체해야 할 인물로 지목하고, 업무 평가에서도 최하위의 점수를 준 시민단체의 평가를 무색케 하는 것이다. 경제전문가 중에는 과연 이 정부에 경제팀이 있느냐고 혹평하는 이들도 있다. 그만큼 경제팀이 일관된 정책방향을 보이지 못하고, 부처간 이견이 난무하는 채 팀워크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는 비난이다.

그러나 여론과 시민단체의 평가가 각료인선의 기준이 될 수는 없다. 국가경제 전체를 고려하다 보면 오히려 시민단체에게 또는 대중으로부터 욕을 먹어야 할 때가 더 많은 법이다. 경제 부처간 대립과 갈등은 어느 정부에서나 흔히 있기 마련이다. 그리고 보다 중요한 사실은 경제팀의 부진이 내부적 요인보다 외부적 요인에, 운영상 문제보다는 구조적 문제에 더 기인한 것이라는 점이다.

참여정부 출범이후 노사문제, 재벌정책, 부동산대책, 법인세 문제, 심지어 기업에 대한 대선자금 수사 문제에 이르기까지 경제 현안마다 청와대와 경제팀은 현격한 인식과 해법 차이를 드러내왔다. 행정 경험은 없지만 강한 이념적 방향성을 갖고 있는 운동권 386과 교수 출신 참모들이 주도하는 청와대와 현실을 중시하는 관료 집단인 내각 경제팀은 물과 기름처럼 따로 놀았다.

김진표 부총리가 취임 일성으로 법인세 인하를 추진하겠다고 밝히자, 곧바로 청와대가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제동을 걸고 나온 것이 그 서막이었다.

최근에는 기업에 대한 대선자금 수사를 놓고도 기업에 미치는 피해를 줄이기 위해 조기 종결해야 한다는 김진표 부총리와 철저한 수사를 주장하는 청와대 이정우 정책실장 및 강철규 공정거래위원장이 정면 충돌했다. 노사문제에 대한 정부 정책이 노조와 기업주 사이를 갈팡질팡하면서 양쪽 모두로부터 욕을 먹고 있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도대체 누가 경제정책의 사공이고 어디로 가는 것인지 알 수 없다는 불만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이번 개각에서는 일부 각료의 교체라는 대증적 처방이 아니라 경제정책의 정체성을 찾는 근본적 처방이 나와야 한다. 개혁을 하든, 경제살리기를 하든 청와대와 내각에서 한 목소리가 나올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기업들이 가장 호소하는 경제의 불확실성도 거둬내는 지름길이다.

배 정 근 경제부장 jkp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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