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혁규 경남지사가 15일 창원 경남도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한나라당 탈당과 지사직 사퇴를 선언했다. 김 지사는 이날 "정치권의 구태를 보면서 대통령을 도와 국가가 나아갈 방향을 바로 정립하는데 힘을 보태기로 했다"며 "노무현 대통령과 정치 행보를 같이 하겠다"고 밝혔다.김 지사는 열린우리당 입당에 대해 "거취 결정을 놓고 우리당과는 한 번도 접촉하지 않았으며 내주 중 당 관계자와 만나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비리 연루로 인한 여권의 압력'의혹에 대해선 "그런 얘기를 하는 게 구태정치"라며 "비리가 있었다면 전 정권에서 이미 구속됐을 것"이라고 강력 부인했다. 회견장에는 김두관 전 행자부 장관을 비롯해 무소속인 김병로 진해시장과 공민배 전 창원시장, 정구용 전 하동군수, 강석정 전 합천군수 등이 참석했다.
회견장은 한나라당 경남도지부 당직자 등의 항의 시위로 난장판을 방불케 할 정도로 시종 어수선했다. 김 지사가 준비한 문건을 읽어 내려가는 도중 한나라당 당원 80여명이 들어와 "배신자 김혁규" 등의 구호를 외치며 단상을 점거, 김 지사는 회견도 끝내지 못하고 대피해야 했다. 또 지난 해 한나라당 도지사 후보 경선에 나섰던 권영상 변호사가 김 지사의 집무실을 방문했다가 김두관 전 장관을 보고는 "네 짓이지, 이 XX 압력 넣어 데리고 가는 거지"라고 고함을 지르며 욕설을 퍼붓기도 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김 지사 탈당을 "노무현 정부의 공작정치"라고 몰아세운 반면 우리당은 무관함을 주장했다.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는 김 지사에 대해 "세 번이나 당선시켜 줬는데 당이 어려울 때 그렇게 할 수 있느냐"면서 "배신의 전형", "지구에서 추방해야 할 자", "그런 인간에 환멸을 느낀다", "치사하다"등의 원색적인 말로 비난했다. 윤한도 의원 등 경남 출신 의원 12명은 기자회견을 갖고 "김 지사 탈당은 공작과 배신 정치의 전형"이라며 "노 대통령과 김 지사는 국민 앞에 사죄하라"고 요구했다.
민주당 유종필 대변인은 "노 대통령이 지난 해 4월 후보 시절에 김영삼 전 대통령의 상도동 자택을 방문, 김 지사의 탈당을 강력히 요청했었다"고 밝혔다. 그는 "그 때가 1차 빼내기 시도였다"면서 "노 대통령의 파렴치한 공작 정치는 국민의 지탄을 받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우리당 김원기 의장은 "우리당 인사들이 김 지사와 만나거나 상의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도 "노 대통령이 성공할 수 있도록 도우려면 우리당에 입당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창원=이동렬기자dylee@hk.co.kr 최기수기자 mount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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