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 중수부가 15일 썬앤문그룹의 국세청 감세 로비 의혹과 관련, 손영래 전 국세청장을 소환 조사하는 등 사실상 이 사건에 대한 재수사에 본격 착수함에 따라 사건의 실체가 드러날지 주목되고 있다. 그동안 이 사건 처리를 둘러싸고 서울지검의 축소수사 의혹이 제기됐던데다 야당 등은 "노무현 대통령도 개입돼 있다"고 주장하고 있어 검찰의 재수사 결과에 따라 큰 파장이 예상된다.국세청이 썬앤문그룹의 대규모 탈세 의혹을 포착하고 특별세무조사에 나선 것은 지난해 3월. 당시 국세청 조사팀은 제보 및 첩보에 따라 기획조사를 전문으로 하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이 맡았다. 조사팀은 광범위한 조사를 토대로 썬앤문이 수년간 180억원의 세금을 탈루한 정황을 포착했다.
그러나 최종 추징 세액은 당초보다 157억원이나 줄어든 23억원. 서울지검은 서울지방국세청 감사관 홍모씨가 문병욱(51·구속) 썬앤문 회장으로부터 감세 청탁과 함께 5,000만원을 받은 사실을 확인, 홍씨를 구속하고 지난 6월 수사를 종결했다. 그러나 감세 과정에 홍씨만 개입했다고 보기에는 감세 규모가 워낙 큰데다, 윗선의 개입 정황마저 포착돼 검찰은 축소수사 의혹을 받아왔다. 최근 검찰이 홍씨로부터 "손 청장이 '조사를 살살하라'고 전화했다"는 진술을 받아내고 손 전 청장을 소환, 감세 과정에 압력을 행사했는지 조사하는 것 자체가 이를 반증한다.
그러나 검찰은 여전히 야당에서 제기한 노 대통령 등 정치권 인사의 개입 여부를 밝혀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한나라당 이주영 의원은 "'노 대통령이 후보 시절 손 전 청장에게 전화를 걸어 감세를 부탁했다'고 썬앤문 전 부회장 김성래씨가 진술했다"고 주장했었다. 검찰은 그러나 아직 이를 입증할 단서는 포착하지 못한 상태. 검찰은 현재 감세 과정에서의 김성래씨 역할에 주목하고 있다. 국세청 로비를 위해 썬앤문 부회장으로 영입된 김씨는 박지원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친분이 있는 청와대 파견 경찰관 박모 경감의 친형인 박모 세무사와 함께 국세청 로비에 나섰던 것으로 밝혀졌다.
또 민주당 P의원 등도 거론되고 있어 썬앤문 감세 로비 의혹은 전·현 정권 인사들의 또다른 아킬레스건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강훈기자 hoon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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