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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에세이/어린이 조기 경제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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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에세이/어린이 조기 경제교육

입력
2003.12.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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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년 전의 일이다.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가 고가의 장난감을 사달라고 떼를 쓴 적이 있었다. 우리 부부는 가슴이 아팠지만 버릇없는 아이가 될까 봐 독한 마음을 먹고 사주지 않았다. 어릴 적 잘못된 하나의 습관은 후일 크나큰 불행의 씨앗이 될 수 있고, 자제력을 경험하지 못한 어린이는 후일 성인이 되어서 충동구매와 사치스런 생활에 빠져들 수 있다는 염려 때문이었다.두 남매를 둔 우리 가정에서는 이 일 이후 아이들에게 일정액의 용돈을 정기적으로 주어 왔다. 아이들 스스로 절약과 저축을 체험케 하자는 생각에서 였다. 화폐는 편리한 경제활동의 수단이기는 하지만 어린이들이 돈을 친구처럼 여기게 만들기는 쉽지 않다. 우리 가정에서는 아이들이 중학생이 될 무렵부터는 용돈 기입장을 만들어 명절날 어른들께 받은 세뱃돈부터 자질구레한 학용품 구입에 이르기까지 수입과 지출을 꼼꼼히 기록하도록 하였다.

쓰고 남은 용돈은 아이들이 직접 은행을 찾아 예금하도록 하는 습관을 들였고, 공부방과 학습도구 등 주변정리를 잘했을 때에는 칭찬과 함께 용돈도 올려주곤 하였다. 이렇게 하다 보니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돈의 취득과 사용처의 중요함을 함께 배워가게 되었다.

다른 아이들은 유명 메이커의 가방과 신발을 고집했지만 우리 아이들은 검소와 절약을 배워온 터라 실용적인 국산 운동화를 사주어도 별다른 불평이 없었다.

물질이 풍요로운 세상에서 부족한 것을 알지 못하고 화초처럼 자라는 요즈음의 어린이들은 이제 근검절약이라는 단어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선진국에서는 어릴 적부터 자립심을 키우는 교육을 가정과 학교에서 우선시 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부모들은 어린이 스스로가 돈과 저축의 가치를 깨달을 수 있는 기회를 철저히 차단하고 있다. 자녀의 행복을 진정으로 원한다면 무조건적인 자녀 사랑에 대한 부모들의 고정관념을 바꾸어야 한다.

오늘 저녁 컴퓨터에 빠져있는 자녀들의 손을 잡고 재래시장에 동행하여 물건을 고르는 일을 같이 경험해보는 것은 어떨까. 어린이의 저축은 오늘의 행복을 위한 것만이 아니다. 국가적인 차원에서도 이제 미성년자나 어린이들의 예금에 대해서는 이율을 높여주거나 비과세를 해주는 상품을 만들어 저축을 적극 권장, 유도하는 거시적인 사회 풍토를 만들어야겠다.

/박명식·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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