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인 13일 오후 의·치의학 전문대학원 대비 학원인 서울 서초동의 S메디컬스쿨. 수강생 20여명이 대학교양 물리 수업에 열중하고 있었다. 40대 이상의 중년 수강생들도 눈에 띄었다. 학원 행정직원 고모(25·여)씨는 "대학원에 재학중인 수강생은 아주 젊은 편에 속하고 박사과정을 마친 분들도 여럿 있다"고 귀띔했다. 서울대 연구소에 재직 중인 수강생 김모(36)씨는 "30대에 명예퇴직을 준비하는 요즘은 안정적인 의사가 되는 것이 최고의 길"이라고 말했다.대졸자에게 항상 열린 문
내년부터 시행 예정인 의·치의학 전문대학원 자격시험(MEET/DEET)을 앞두고 관련 학원가와 대학가가 들썩이고 있다. 강남 일대에는 올해만 7곳의 시험 대비 학원이 설립돼 운영 중이다. '고시의 메카'인 관악구 신림동, 봉천동에도 미트·디트 대비 학원이 들어서 다음달 개강을 앞두고 있다.
2005년 전국적으로 500여명의 신입생 선발이 예정된 의·치의학 전문대학원은 수능, 편입 시험으로만 가능했던 기존 의대 진학과 달리 전공을 불문하고 4년제 대학 학사학위 보유자라면 누구나 지원할 수 있어 올 초부터 비상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경기침체에 따른 최악의 취업난, 국내 대기업 등의 대규모 명예퇴직과 맞물려 가장 안정된 전문직종으로 꼽히는 의사에 대한 선호도가 더욱 증가했다.
퇴사도 불사
학원 관계자들에 따르면 의학 전문대학원 진학을 준비중인 수강생 중 상당수는 의사의 꿈을 위해 이미 직장을 포기한 상태다. S메디컬스쿨의 박성진 실장은 "수강생을 자체 분류한 결과 직장을 그만둔 전 회사원이 전체 수강생의 40%에 달한다"며 "이들 대부분은 세칭 '스카이(SKY·서울대 고려대 연세대)'출신들"이라고 밝혔다.
올 초 국내 대기업인 K사에서 퇴사한 뒤 5개월째 전문대학원 준비를 하고 있는 서울대 출신의 송모(32)씨는 "사직서를 낸 이후로 전문대학원 공부와 관련한 동료들의 문의전화를 많이 받고 있다"며 "후회보다는 현명한 선택을 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대학도 의·치대 전문대학원 열병
전문대학원 뿐만 아니라 의·치대 편입을 준비중인 대학 재학생들의 수도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자연대, 공대생은 물론 인문·사회계열의 학생들도 의사의 꿈을 위해 자연과학 서적을 탐독하고 있다.
내년 1월 문을 여는 신림동 H메디칼리지의 백승민 홍보실장은 "자체 시장조사결과 서울대생 중 30%의 자연대생과 공대생 20% 정도는 의·치대 전문대학원을 준비하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의·치의학 전문학원인 강남 모 학원 관계자는 "재학생 수강생 중 인문·사회계열 전공 학생이 30%를 넘는다"고 전했다. 대학생 이모(24·연세대 인문학부2)씨는 "요즘 도서관은 물론 지하철에서도 물리, 화학, 생물 등의 자연과학 교양과목을 공부하는 학생들이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문제점
대학 관계자들은 전문대학원 이상 과열에 대해 '예상된 현상'이라는 반응을 보이는 한편 사교육비 절감 등 원래 시행 취지에 어긋나는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서울대 자연대의 한 교수는 "현 추세대로라면 시행 계획이 확정될 경우 이공계 위기는 물론 비인기 학문의 고사(枯死)가 더욱 가속화 할 것"이라며 "기초학문 전공이 전문대학원 진학의 정거장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하는 대책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동국대 의대 송창진 교수는 "의·치대 전문대학원이 사법고시처럼 전락한다면 국가적으로 엄청난 낭비"라며 "기회균등 차원으로는 학사 편입학 제도를 좀더 확대하고 활성화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준택기자 nagne@hk.co.kr
■ 시험 어떻게 치러지나
올해 입시에서는 경북대와 경상대, 부산대, 전북대, 포천중문의대 등 5개 대학이 의과대학 의예과의 신입생을 선발하지 않았다. 또 부산대 치대도 80명의 신입생을 포기했다. 모두 2006학년도부터 전문대학원으로 체제를 바꾸기 때문. 2005학년도부터 전문대학원으로 체제를 바꾸는 가천의대와 건국대, 경희대, 충북대 등 4개교는 지난해부터 이미 정원을 없애거나 규모를 줄여 신입생을 선발하고 있다. 치대로는 경북대와 경희대, 서울대, 전남대, 전북대 등 5개교가 2005학년도 전문대학원 체제 전환을 위해 지난해 신입생을 선발하지 않았다.
현재 전문대학원 체제를 채택한 의대는 전국 41개 대학 가운데 10개 대학이며 치대는 전국 11개 대학 가운데 6개 대학. 신입생 선발에서 치대는 전문대학원 체제 출범을 위한 준비를 모두 마쳤고, 의대도 2007학년도부터 출범하는 이화여대를 제외하면 모든 학교가 준비를 마친 셈이다. 이화여대는 2005학년도부터 신입생을 뽑지 않는다.
2005학년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되는 의학 및 치의학 전문 대학원제는 4년제 대학 학사학위 소지자라면 전공에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문호를 개방하고 있다. 그러나 미트(MEET, 치의학은 디트·DEET)라는 입문시험을 치러 통과하고 생물학이나 화학 등의 선수과목을 이수해야 자격이 주어진다.
미트나 디트와 관련한 세부요강은 아직 확정되지 않은 가운데 입시학원 등 전문가들은 영어와 화학, 생물 등이 포함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입문시험 시기는 매년 8∼9월에 실시할 것으로 알려졌으며 전형은 매년 10월부터 시작될 전망이다.
대부분 대학이 1, 2차에 걸쳐 서류와 면접으로 전형할 예정이다. 1차 서류전형에서는 미트와 디트 점수 및 영어 성적, 대학 전공 성적 등의 요소가 합격과 불합격을 좌우할 전망이다. 때문에 미트나 디트는 합격하는 것 이상으로 고득점 전략이 필요하게 됐다.
대다수 대학들은 1차 전형에서 일정 배수 이상을 선발한 뒤 2차 면접을 거쳐 최종 합격자를 선발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아직 각 대학들이 세부 전형 내용을 확정하지 못해 지원 희망자들은 입시정보에 귀를 기울여 한다.
/김정곤기자 kimjk@hk.co.kr
■美·加 의대 입학자격시험 "MCAT"
2005학년도부터 도입되는 의학·치의학전문대학원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은 입학시험에 대비해 미국의 의대 입학자격시험인 MCAT(Medical College Admission Test)의 문제를 구해서 참조하고 있다. 우리나라에 처음 실시되는 입학시험이 MCAT의 골격을 모델로 해서 연구가 진행돼 왔고 특히 자연과학 분야의 경우는 출제스타일 자체가 MCAT를 그대로 반영할 가능성이 높다는 예상 때문이다.
MCAT는 미국이나 캐나다의 의대에 입학하기 위한 자격시험으로 표준화된 객관식 문제로 치러진다. 의학공부에 필요한 과학적 지식과 원리 및 문제해결 능력, 비판적 사고능력과 작문능력 등의 다양한 기본 소양을 4가지 영역에 걸쳐 평가한다. 보통 매년 4월과 8월 등 1년에 2번 치러지며 시험시간은 오전 오후 각각 2영역씩 5시간 남짓이다.
영역별로 보면 언어추리영역은 주어진 지문을 이해·평가하고 정보를 응용·통합하는 능력을 평가하는데 500∼600자 정도의 몇개 지문으로 구성되며 지문당 5, 6개의 총 65개의 객관식 문항이 출제된다. 물리과학 영역은 일반화학과 물리학 영역의 기본 개념과 원리의 이해도를 평가한다. 총 77문항으로 구성되며 62개 문항은 10, 11개의 지문과 지문당 4∼8개의 객관식 문항으로 구성되고 15문항은 독립적으로 주어진다. 구체적으로는 정보나 연구결과, 논쟁의 성격을 가진 지문에 포함된 정보에 대한 이해 능력과 과학의 기본 개념을 추론하는 능력을 평가하게 되는데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수학 지식을 필요로 한다. 작문은 환자 등과의 의사소통에 필요한 의사로서의 기본 능력을 평가하기 위한 영역으로 2개의 에세이가 주어지며 시험시간은 60분. 생물과학 영역은 생물학과 유기화학 영역의 기본개념과 원리의 이해도를 평가한다.
이외에도 의학전문대학원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은 호주의 의대 입학자격시험인 GAMSAT(Graduate Australian Medical School Admission Test) 및 독일의 의대 시험인 TMS(Test tur Medizinische Studiengange) 등도 참조하고 있다. 시험방식은 미국의 MACT와 비슷하며 단지 호주는 1년에 한번 시행된다는 것이 조금 다르다.
/김정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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