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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982>알부케르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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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982>알부케르케

입력
2003.12.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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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5년 12월16일 포르투갈령 인도 총독 아폰수 데 알부케르케가 인도 중서부 고아에서 62세의 삶을 자살로 마감했다. 그가 절망 속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은 포르투갈 국왕 마누엘1세가 그의 정적 소아레스를 인도의 새 총독으로 임명해 파견했기 때문이다.리스본 근처의 아얀드라에서 태어난 알부케르케는 15∼16세기 포르투갈을 세계 제국으로 만든 식민주의 정복자 가운데 한 사람이었다. 그의 원정은 인도를 중심으로 실론, 아프리카 동해안, 마다가스카르, 아라비아 반도, 샴, 수마트라, 자바 등지에 이르렀다. 초대 인도 총독 알메이다에 이어 1509년 제2대 총독이 된 알부케르케는 이듬해 고아를 점령해 인도 식민의 근거지로 삼았다. 고아는 그 뒤 포르투갈과 아시아 각국 사이의 무역 중계지 노릇을 했다. 포르투갈령 고아는 인도가 영국으로부터 독립되고도 한참 뒤인 1961년 말에야 인도에 편입됐는데, 450년 동안 포르투갈의 지배를 받은 나머지 지금도 주민의 반 가까이가 가톨릭 신도다. 알부케르케는 또 비록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지만 에티오피아에 터널을 파 나일강의 물을 홍해로 돌림으로써 이집트를 사막화하려는 계획도 짰다.

지금은 유럽연합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축에 들지만, 포르투갈은 한 때 스페인과 더불어 전세계를 손아귀에 넣겠다는 야심을 지녔던 식민 국가였다. 1494년 교황 알렉산데르6세의 보장 아래 포르투갈과 스페인이 맺은 토르데시야스 조약은 그 시절의 우스꽝스러운 에피소드 가운데 하나다. 이 조약에 따르면, 아프리카 서쪽 끝 앞바다로부터 370리그(1리그는 약 4km) 떨어진 점을 통과하는 남북 직선(교황자오선)의 서쪽에서 발견된 땅은 스페인령이 되고 그 동쪽에서 발견된 땅은 포르투갈령이 된다. 이 조약에 따르면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는 포르투갈령이었던 셈이다.

고종석

/논설위원 aromach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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