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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이회창씨의 두 번째 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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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이회창씨의 두 번째 사과

입력
2003.12.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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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불법 대선자금에 대해 두 번째 사과를 했다. 이 전 총재는 "한나라당 불법 대선자금은 대선후보였던 제가 시켜서 한 일이며, 모든 책임을 지고 감옥에 가겠다" 고 말한 뒤 검찰에 자진 출두, 조사를 받았다. 지난 10월 SK비자금사건 때 불법자금의 규모와 조성 경위 등을 밝히지 않고 그저 사과만 했다는 지적을 받은 것과는 달라진 모습이다. 궁지에 몰린 그로서는 다른 선택이 없었겠지만, 갈 길이 먼 대선자금 수사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이 전 총재는 "대선자금이라는 어두운 과거가 나라의 발목을 잡고 있다"며 "저의 결심이 국가적 혼돈을 끝내고 새 시대를 향해 역사를 진보시키는 진정한 정치개혁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우리는 대선자금 수사가 이 전 총재의 주장처럼 정치개혁의 계기가 되기 위해서는 중요한 조건이 있다고 본다. 우선 검찰이 엄정한 수사를 통해 한나라당 불법 대선자금의 규모가 이 전 총재가 공개한대로 500억원 대 인지를 검증해야 한다.

이를 위해 이 전 총재는 물론, 주변에 대한 수사가 더욱 철저하게 이뤄져야 할 것이다. 이 전 총재와 한나라당이 검찰수사에 성실하게 협조해야 함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모두가 내 잘못'이라는 참회는 국민이 구체적 실상을 알 때 비로소 전정한 의미가 있다.

다음은 불법 대선자금의 또 다른 당사자인 노무현 대통령과 주변에 대한 수사가 형평성 시비가 일지 않도록 빈틈없이 이뤄져야 한다.

노 대통령도 자신의 불법자금이 한나라당의 10분의 1을 넘으면 대통령직을 그만 두겠다는 식의 객기를 부릴게 아니라, 자신이 파악한 규모를 먼저 밝히는 게 타당하다. 규모가 작고 전달수법의 파렴치함이 덜하다고 도덕성이 담보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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