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가 일본에 심취, 일본을 무대로 하거나 일본 사람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를 여러 편 만들어 내고 있다. 주제도 무술액션 영화에서 성숙한 사랑 이야기까지 다양하다.가장 큰 화제가 된 작품은 톰 크루즈 주연의 '라스트 사무라이'(The Last Samurai·감독 에드워드 즈윅). 5일 많은 비평가들의 호응 속에 개봉된 이 영화는 첫 주말 2,430만 달러의 수입을 올리며 흥행 1위를 차지했다.
일본의 인기 TV배우 와타나베 겐, 모델 출신 고유키가 출연한 '라스트 사무라이'에서 크루즈는 일본 전통복장을 하고 일본말을 하면서 기모노를 입은 고유키와 로맨스까지 나눈다. 크루즈는 할리우드가 일본에 애정을 표시하고 있는 까닭을 "사무라이의 칼과 의상, 그리고 장려한 풍경에는 그 무언가 멋진 것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올들어 일본을 무대로 한 영화 중 제일 먼저 개봉 된 것이 9월 중순에 나온 'Lost In Translation'(사진). 소피아 코폴라 감독의 두 번째 작품으로 도쿄의 한 호텔에서 우연히 만난 중년의 미국 영화배우(빌 머리)와 사진작가 남편을 따라 온 20대 초반의 여인(스칼렛 조핸슨)의 만남과 그 잔상이 아름답고 깊이 있게 그려진 시 같은 영화다.
비평가의 격찬을 받은 작품으로 거의 도쿄에서 찍었는데 사실에 충실하기 위해 일본인의 대화를 번역하지 않은 채 들려준다. 쿠엔틴 타란티노의 '킬빌 Vol. 1'(Kill Bill Vol.1)은 10월에 개봉됐으며 잔혹성 논란을 불렀다. 이 영화의 2편은 내년 2월 20일 개봉된다.
31일에는 기이할 정도로 아름답고 신비하고 가슴 아픈 관계와 사랑과 각성의 드라마인 'Japanese Story'가 개봉된다. 호주의 지질학자(토니 콜렛)와 일본의 사업가(쓰나시마 고타로)가 장엄하게 아름다운 호주 광야로 여행을 떠났다가 뜻밖의 경험을 하게 되는 매우 감동적인 작품이다.
즈윅 감독은 "미국 사람들이 야구, 비디오 게임 및 일상 가전용품 등을 통해 점점 더 많은 일본 영향을 받고 있다"면서 "할리우드는 단순히 그 연장일 뿐"이라고 말했다. 감독은 가급적 소니 치바, 와타나베 겐 급의 일본 슈퍼스타를 캐스팅한다. 할리우드의 가장 큰 해외 시장인 일본에서 엄청난 수입을 추가로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영화전문 작가인 베벌리 그레이는 할리우드의 일본 심취를 정치적 풍토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레이는 "세계의 많은 아름답던 곳들이 전쟁으로 황폐화한 요즘 일본이야말로 이국적이고 안전하다는 느낌을 갖게 한다"고 풀이했다.
/LA미주본사편집위원·LA영화비평가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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