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다. 이래저래 일년 중 술을 제일 많이 마시는 때가 돌아온 것이다. 그래서인지 동창 모임 게시판에도 심심찮게 술 이야기가 올라온다. 더구나 젊은 시절 정신없이 마시던 때의 술 이야기는 다시 우리를 그 시절로 이끌어 빙그레 웃음을 띠게 만든다.어제 읽은 게시판의 술 이야기 하나.
여러분도 술 마시고 전봇대 박아봤지요. 20년 전 벌건 대낮에 성남동 유곽에서 대여섯 가지 술 섞어 마시고 강릉역 쪽으로 걸어가는데, 거기 한전 담벼락이 자꾸 나한테 달려드는 겁니다. 그래서 그걸 피하려고 몸을 트니 이번에는 한순간 전봇대가 내 얼굴로 확 달려드는 거예요. 덕분에 얼굴에 시커먼 멍을 한동안 달고 다녔는데, 그러면서도 술자리라면 빠지지 않고 참 악착같이 따라 다녔지요.
그러자 거기에 이런 답글이 올라왔다.
요즘 전봇대는 품질이 좋아서 안 그러는데, 옛날 우리 젊은 시절 전봇대들은 거의 다 불량품이어서 툭하면 길 가는 사람에게 다가와서 괜히 시비 걸며 얼굴을 치곤 했지. 또 그때는 아스팔트도 맨 부실공사의 불량 도로들이어서 저 마음대로 벌떡 일어나 길 가는 사람 이마를 까곤 했다니까.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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