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전 서른 두 살 젊은 나이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가수 김광석은 당시 20대의 문화적 아이콘이었다. 젊은이들은 그의 '이등병의 편지'를 부르며 입대했고, '사랑했지만'으로 실연의 아픔을 달랬으며, '서른 즈음에'와 함께 30대의 문턱을 넘어섰다.지금은 30대가 된 유명 만화가 12명이 그들의 정서를 대변했던 김광석을 추모하며 자신들의 스무 살 적 느낌과 감상을 표현한 단편만화집 '김광석 프로젝트―스무 살'(바다출판사 발행)을 냈다.
이유정 박희정 이강주 변병준 윤태호 양경일 등 이미 만화계에 이름을 널리 알린 30대 작가들이 모였다. '프린세스 안나'의 변병준이 기획해 11명의 작가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책의 컨셉을 설명하고 동의를 얻었다.
작가들은 20대 시절 마치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는 것 같은 김광석의 노래를 흥얼거리면서 나이를 먹었다. 김광석은 가고 없지만 그들은 그의 노래를 기억하며 같은 정서를 공유하고 있다. 그래서 이번 만화집은 김광석과 함께 한 그들의 20대 추억을 형상화하는 작업이다.
12편 중 김광석의 노래와 가장 직접적인 접점을 이루는 작품으로 이유정의 '그러니까'를 들 수 있다. 입시에 실패, 자살을 시도했던 남자 주인공이 김광석의 죽음을 뉴스로 듣고 자신에게 김광석 음반을 선물해준 여자 친구를 찾아가 미처 못한 고백을 한다는 내용이다.
박희정의 '콜라 한 잔'과 이강주의 '부탁해 포트의 요정'은 20대의 사랑 이야기이다. 남자 친구를 가로챈 여자 친구에게서 자신들을 방해하지 말라는 말을 듣고 남자 친구가 돌아오리라는 환상에서 벗어나는 여자 주인공의 이야기를 다룬 '콜라 한 잔'은 감정의 떨림을 섬세하게 포착한다. 이강주는 이번 작품에서 기존의 명료한 선 대신 자유롭게 풀어진 선을 구사한다.
윤태호의 '잠에서 깨다'는 오랜 연인들의 권태와 나른함을 자취방에서 그려내고 있다. 이우영의 '이마!'는 죽음을 소재로 하고 있지만 김광석처럼 스스로의 의도가 아닌 우연에 의한 죽음을 그리고 있다. 이애림의 '친구'는 반복적 패턴과 원근적 공간감을 잘 살렸고, 언더그라운드 만화계에서 일해온 이경석은 탄광촌의 삶을 흑백의 명암을 살린 특유의 스타일로 다뤘다. 고양이의 시각을 통해 인간의 일상을 관찰하는 최미르의 '고양이가 없다', SF적 상상력으로 군대를 묘사한 Mr. D의 '이등병의 메일', 버림받은 자들의 아픔을 그린 변병준의 '나는 무엇이 될 수 있을까'등의 작품도 눈길을 끈다.
/남경욱기자 kw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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