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는 총과 버터를 양손에 들고 재선 고지를 향해 가고 있다.'최근의 경기 호전세 속에 날아든 사담 후세인 생포 소식은 내년 대선 승리에 전력을 쏟고 있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에게 날개를 달아주었다.
대선(11월)을 1년 남짓 앞둔 현재로서는 최대 선거 쟁점으로 꼽히는 경제(버터)와 안보(총) 문제에서 국민의 신뢰를 쌓아가고 있어 민주당 대선 후보군 중 한 명에게 패할 가능성은 더욱 줄어들었다고 미국 언론들은 분석하고 있다.
아버지 부시 대통령은 불안했던 경제 때문에 1차 걸프전의 승리 효과를 선거일까지 끌고 갈 수 없었다. 반면 아들 부시 대통령에게 경제 문제는 더 이상 감표 요인이 아니다. 오히려 날로 악화하는 전후 이라크 상황이 재선에서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러나 후세인 생포 소식이 그에게서 떨어져 나가려는 지지층은 물론 부동층까지 다잡는 효과를 가져다 줄 것이라고 선거 분석가들은 전망했다.
부시 대통령은 14일 백악관에서 가진 대국민 연설을 통해 이라크전 종전 이후 최고의 뉴스를 전하면서 한 번도 웃지 않았다. 표정관리를 한 것이다. 대신 연설의 주조를 조심스러운 낙관론으로 채웠다.
그는 이라크 국민을 항해 "부패한 권력과 특권 체제는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며 "어둡고 고통스러운 시대가 끝나고 희망의 날이 찾아왔다"고 선언했다. 그러면서 미국인들에게는 "후세인 생포가 이라크의 폭력 종식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며 "우리는 아직도 중동의 심장부에서 자유국가의 수립을 받아들이기보다는 무고한 사람들을 죽이려는 테러범들과 맞서고 있다"고 강조했다.
후세인 생포는 당장 민주당 경선 구도를 흔들어 놓고 있다. 무엇보다 이라크전을 정면 비판해 온 선두주자 하워드 딘 전 버몬트 주지사가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다른 후보자들은 후세인 생포를 '딘 대세론' 확산을 막는 계기로 활용할 태세다. 이라크전을 지지한 조지프 리버맨 상원의원은 "딘 방식대로라면 후세인은 감옥이 아니라 아직도 권좌에 남아 있을 것"이라고 딘을 직접 겨냥했다.
딘은 14일 캘리포니아 모금 행사에서 "이날은 미국과 이라크, 그리고 부시 정부를 위한 날"이라면서도 "부시의 이라크 정책에 대한 내 견해는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고 방어망을 쳤다.
하지만 대선 당일까지 부시의 행운이 이어질 것이라고 보기는 아직 이르다. 전후 치안 상황이 나아지지 않을 경우 여론이 돌아설 여지는 여전하다. 또 후세인 재판 과정에서 대량살상무기 관련 증거를 입증하지 못할 경우 전쟁의 정당성에 대한 논란이 재연될 가능성도 크다.
/워싱턴=김승일특파원 ksi810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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