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오랜 전쟁에 지쳐있는 이라크 국민들에게 자유를 돌려주어야 할 시간입니다."후세인 이라크 전 대통령이 붙잡혔다는 소식이 전해진 15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이슬람 성원에 예배를 보러 온 무슬림들은 대체적으로 독재자의 체포를 반기는 분위기 였다. 그러나 이들은 한결같이 "후세인의 체포가 곧 이라크 정세의 안정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이제는 국제사회가 진정 이라크인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집트 출신 모하메드(31)씨는 "후세인은 이라크 국민들을 긴 전쟁 속으로 몰아넣고 불행을 안겨준 독재자였다"며 "그가 미군에게 체포됐다는 것은 썩 유쾌하진 않지만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지금 이라크에서 전개되고 있는 혼란은 후세인이 붙잡히지 않아서가 아니라 점령군으로 진주한 미군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후세인의 체포가 곧 이라크의 평화를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한국에 온 지 3년째라는 방글라데시 출신 아브라만(21)씨도 "무슬림들이 후세인의 체포를 반기는 이유는 이제 더 이상 이라크에 미군이 머물 명분이 없어졌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또 많은 무슬림들은 후세인의 체포로 한국군의 파병여건이 더 좋아진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데 대해 우려를 표시했다. 모로코 출신 이드리스(31)씨는 "이슬람 신도들이 독재자의 체포소식에 기뻐하는 것은 이제 미군이 떠나야 할 때가 왔기 때문"이라며 "이 시점에서 한국이 군대를 보낸다면 그것은 분명 이라크인들과 이슬람 국가들의 민의를 거스르는 일 일 뿐 아니라 명분도 없다"고 말했다. 이집트인 무스타크(35)씨도 "전쟁으로 황폐해진 이라크 국민들이 바라는 것은 식량과 의료지원"이라며 "한국은 당장 미국과의 관계나 눈앞의 이익을 위해 군대를 보낼 것이 아니라 이라크 민중들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전성철기자 for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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