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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궁 없어도 장금이 사랑해주세요"/ MBC "대장금" 오늘 죽음맞는 양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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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궁 없어도 장금이 사랑해주세요"/ MBC "대장금" 오늘 죽음맞는 양미경

입력
2003.12.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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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대장금' 시청자, 특히 한 상궁의 팬들은 15일 밤 TV 앞에 앉기 전에 손수건을 준비해야 할 것 같다. 누명을 쓰고 제주로 유배 가는 길, 한 상궁(양미경)은 장금(이영애)의 등에 업힌 채 꼭 살아서 궁으로 돌아가라는 유언을 남기고 눈을 감는다."난 먼저 궁으로 가 있을 게. 미안하다는 말은 네가 다시 돌아오면 할 게."(한상궁)

"…다들 왜 이러는 거예요. 제가 뭘 잘못했다고. 어머니는 산딸기라도 드시고 가셨는데, 마마님은 그런 정도 없는 분이에요. …절대로 마마님 말을 따르지 않을 거예요."(장금)

13일 제주도 남제주군 표선면 갈대밭 등지에서 마지막 촬영을 마친 한 상궁 양미경(42)은 "이미 예정된 죽음인데 5개월 간 정신없이 달려오다가 급브레이크를 밟은 느낌"이라며"가슴 속에 남은 뜨거운 것이 쉽게 사그러들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 촬영 직전 전화 인터뷰에서 장시간 자신을 업고 연기해야 하는 이영애(사진 아래) 걱정을 늘어놓았다. "11회에서는 제가 영애를 업는 장면이 있었는데 그때 서로 몸무게를 알려줬어요. 몸무게야 별 차이가 없지만 애 낳은 아줌마 하고 처녀가 힘쓰는 게 같겠어요?"

촬영을 마치고도 그는 아직 갈 길이 먼 후배 걱정을 놓지 못했다. 장금을 보듬고 이끌어 주던 한 상궁의 모습 그대로다. "앞으로 더 추워질 테고, 새 식구들과 다시 호흡 맞춰야 하고…. 아무쪼록 건강 잘 챙기라고 당부했어요. 영애는 '이번에 언니 모습 정말 좋았어. 그 모습, 그 색깔을 지켜갔으면 좋겠다'고 했어요. 그 말 듣고 가슴이 짠∼했어요."

양미경은 이 작품으로 데뷔 20년 만에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 팬 카페가 줄지어 생기고, 한 상궁을 살려달라는 아우성이 빗발쳤다. 심지어 극성 팬들은 '한 상궁 죽이면 드라마 그만 보겠다'는 협박(?)까지 할 정도였다. 그 자신은 물론, 연출자도, 작가도 예상치 못한 '한상궁 신드롬'은 도대체 어디에서 연유한 걸까. "그저 음식만 잘만드는 게 아니라 철학이 있고, 강직하면서도 심성이 따뜻한 캐릭터 자체도 매력적이지만, 내 곁에도 저런 사람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투영된 게 아닐까요. 하지만 현실에서는 그런 존재를 찾기가 쉽지 않죠. 대리만족 혹은 판타지 효과랄까, 아무튼 그래서 한 상궁이 더 멋지게 보였을 거예요."

부드럽고 절제된 연기도 큰 몫을 했겠지만 그는 그 공을 이병훈 PD에게 돌렸다. "어투와 감정조절, 동선까지 자상하게 일러주셨고, 저는 신인 때 마음으로 열심히 따랐을 뿐이에요. 제 스타일대로 했다면 무리 없이 흘러갈 수는 있어도 빛이 나지는 못했겠죠."

그는 그 동안 집안 일을 떠맡아 준 남편과 아들 진석(14)에게도 고마움을 전했다. "두 남자 다 무뚝뚝해서 얼굴 보면 말이 없는데,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자주 보내줘요. '힘내' '사랑해' 라는 메시지를 받으면 정말 힘이 나요." 당장 제일 하고 싶은 일을 물었더니 "워낙 유명한 '잠보'라서 잠부터 실컷 자겠다"고 했다. 푹 쉰 뒤 내년 봄쯤 새 드라마를 할 생각이라는 그는 "당분간은 악녀나 푼수 같은 역은 못하겠죠?"라며 웃었다.

한편 16일부터는 장금이 제주 수의녀 장덕을 만나 의술에 눈 뜨는 과정이 그려진다. 이제 본론에 들어간 셈인데, '한상궁 효과'가 사라지면 시청률이 떨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이병훈 PD도 이를 의식한 듯 12일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장금은 새로운 각오와 결단으로 새 인생을 시작하며, 내의원 의녀가 되어 최씨 집안 사람들에게 통쾌한 응징을 할 때까지 드라마는 숨가쁘게 달려갈 것"이라면서 성원을 당부했다.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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