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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투명성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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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투명성이 절실하다

입력
2003.12.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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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안 원전센터 건립계획이 원점으로 돌아갔다. 또 하나의 중요한 국책사업이 미궁에 빠진 셈이다.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니 우려된다. 유사한 전례로 새만금간척사업과 북한산을 관통하는 서울외곽순환도로건설사업이 있다. 부안 원전센터 문제가 정부와 지역주민과의 갈등이라면, 새만금간척사업은 시민환경단체, 서울외곽순환도로건설사업은 불교계와의 갈등으로서 분쟁대상이 다르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이러한 상황은 개발독재정권 시절에는 상상도 할 수 없던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한편으로는 우리 사회의 시민의식이 크게 신장되었다는 고무적인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갈등으로 인한 사회적 손실을 생각하면 매우 유감스럽다. 정부가 조금만 더 신중하였다면 이러한 손실을 피할 수 있었기에 더욱 그러하다.

부안 원전센터 문제의 경우 시위대와 공권력의 공방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도 크려니와, 일부 시위주민들을 불필요한 범법자로 만들었으며, 더 심각하게는 국가정책에 대한 불신과 이로 인한 우리 사회의 불확실성이 더 커졌다.

새만금사업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 사업은 1991년 착공하여 10년이 넘게 추진되어왔으나, 올해 7월 법원의 명령으로 공사가 중단되었다. 이후 11월에는 노 대통령이 공사를 예정대로 완공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였다. 법원의 명령과 상반되는 대통령의 정책의지는 우리 사회의 불확실성을 증가시킨다. 이러한 인위적인 불확실성은 그렇지 않아도 시장의 불확실성에 노출되어 있는 경제활동을 더욱 위축시킨다.

2년여 동안 공사가 중단되어 하루에 수억 원씩 추가비용이 발생하는 서울외곽순환도로건설사업의 경우 최근 외국인출자를 맡고 있는 일본은행이 출자여부를 재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는 물론 불확실성 때문이다. 이 세 가지 사례에서의 공통적 문제점은 사업추진을 위한 의사결정과정이 불투명하였다는 점이다. 특히 초기 입안단계에서의 불투명성이 가장 큰 문제이다.

중요한 국책사업일수록 국민 대다수의 동의를 얻어 시작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데도 역대 정부는 그러한 일에 무관심하거나 미숙했다. 광범위한 다수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은 채 소수의 정책입안자와 전문가 집단이 중심이 되어 자신들만의 소신으로 시작한 국책사업은 시민단체나 해당지역주민의 반대에 봉착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좀더 생각해 보면 불투명성이 비단 국책사업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에 걸친 문제임을 쉽게 파악하게 된다. 사회·경제·정치제도를 만드는 과정도 매우 불투명하고, 입법과정도 불투명하다. 대다수의 국민들은 법이 공포되거나 제도가 시행된 후에야 그 사실을 알게 된다. 우리 사회에 그러한 법과 그러한 제도가 왜 필요한지 아는 사람도, 설명해 주는 사람도 많지 않다. 국민들은 사후적으로 자신의 이익이 침해되는 경우 이기적인 반응만 보일 뿐이다.

투명성의 중요성은 1997년 촉발된 혹독한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우리 사회가 비싼 대가를 치르고 얻은 교훈이기도 하다. 기업경영의 투명성과 회계의 투명성이 경쟁력 있는 건강한 기업을 만드는 데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된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기업지배구조를 개선하고 회계제도를 정비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경주하였고 기업들에게 투명성을 높이라는 압력을 가하였다.

그런데 정작 정부의 의사결정과정은 아직도 불투명하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사실 기업들만의 노력으로 이룰 수 있는 경영투명성은 불완전할 수밖에 없다. 일례로 정치인들이 투명하지 못한 정치자금의 헌납을 강요한다면 기업은 이를 투명하게 회계처리할 수가 없다. 정치의 불투명성이 경영의 불투명성을 낳는 것이다.

여러 이유에서 기업경영의 투명성 못지않게 정부정책결정과정을 포함한 우리사회 전반의 투명성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정 운 오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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