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태반(胎盤·Placenta)주사 열풍이 불어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통증클리닉, 피부과, 내과 등은 이 주사를 맞으려는 사람들로 북적댄다. 태반주사가 통증 치료, 피부 미용, 불임 치료, 노화 방지 등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는 입소문탓이다. 일부 병·의원에서는 태반 효과에 대해 아예 선전벽보까지 걸어놓고 손님을 유혹한다. 심지어 소아과도 어린이에게 태반주사를 권유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래서 '태반주사가 제2의 보톡스'라는 말까지 생겨날 정도이다.태반은 임신 중 모체의 자궁 내에 임시로 생기는 장기로, 태아를 성숙시키기 위해 필요한 필수 영양소가 들어 있으며 분만과 동시에 몸 밖으로 배출된다. 본초강목과 동의보감 등에서도 태반은 '인포(人包)', '자하거(紫河車)' 등으로 불리며 약제로 취급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청이 허가한 태반주사제는 일본에서 수입한 두 가지 주사제 밖에 없다. 그것도 '간 기능 개선제' 와 '갱년기 장애 개선제'이지, 치료제는 아니다. 아직까지 태반주사제의 효능에 대한 검증이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병·의원은 태반 주사가 마치 다양한 질환에 효과가 있는 것처럼 선전에 열을 올린다. 한마디로 태반주사가 '돈이 되기' 때문이다. 보험처리가 되지 않아 1회당 5만∼15만원이 들며, 일단 맞기 시작하면 주 1,2회씩 최소 10회 이상을 연단위로 꾸준히 맞아야 하므로 한번 처방에 기본적으로 100만원 정도가 필요하다.
태반주사제의 수요가 늘어나면서 일부 검증되지 않은 유사품이 불법 유통되는 것도 문제이다. 불법 수입된 태반 화장품과 제조회사가 밝혀지지 않은 태반 비누, 발모제, 자양강장제 등도 범람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자 의학계에서도 태반 제제를 의약품으로 분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 대학병원 교수는 "태반 연구나 임상 경험이 많지 않은 일부 의사들이 개인 체질이나 병세를 고려하지 않고 태반주사제를 남용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아무리 좋은 약이라도 과하면 독이 되게 마련인데, 하물며 약효가 확실히 입증되지 않은 약을 남용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최고의 만병통치약은 올바른 섭생이라는 단순한 진리를 되새겨봐야 할 때다.
/권대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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