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의 자금을 증권사가 맡아 전담 운용해주는 종합자산관리 계좌인 '일임(一任)형 랩어카운트(Wrap-Account)' 로 신규자금이 대거 유입되면서 증시의 새로운 돈줄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증권사들이 투자자들의 입맛에 맞는 새로운 서비스와 상품을 속속 내놓으면서 시장이 달아오르고 있다.뭉칫돈 몰려
일임형 랩은 그동안 펀드에 가입하는 것을 제외하면 뾰족한 간접투자 수단이 없어 답답함을 느끼던 국내 투자자들에게는 단비와 같은 상품. 삼성 LG투자 대우 미래에셋 동원 대한투자 등 증권사들이 구체적 가입액수는 밝히지 않고 있지만 전체 수탁액이 발매(10월22일) 한달 반만에 9,000억원에 육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업계는 이 같은 증가 추세를 감안할 때 올해 안에 1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개인의 신규 투자자금이 몰리자 삼성증권은 내년 1분기까지 일임형 랩 판매액을 1조원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 아래 운용인력을 확충하고 전담 팀과 지원 팀을 보강했다. 또 한국투자증권과 동부증권은 일임형 랩 상품을 새로 내놓고 12월부터 본격 판매에 들어갔으며 굿모닝신한증권과 우리증권도 최근 상품 설계를 끝내고 내년 1월 선보일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랩어카운트 자산이 커질수록 증권사들도 투신·연기금 등과 마찬가지로 증시 수급을 좌우하는 '큰손'으로 부상할 것으로 보고 있다.
12월물 선물옵션 만기일이었던 11일 동시호가 때 1,600억원의 프로그램 순매수로 우량주를 저가에 사들인 매수세력이 증권사의 일임형 랩 자금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나왔다.
수수료 면제…적립식…
일임형 랩어카운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증권사들은 새로운 상품 유형을 속속 개발하고 있다. 대우증권은 소액으로도 랩어카운트에 투자할 수 있는 자유 적립식 '대표기업지수 간접형'랩을 내놓았다. 대우증권 리서치센터가 국내 대표기업 20개사를 선별해 개발한 '한국대표기업지수(KLCI)' 의 포트폴리오에 따라 운용되는 인덱스형 상품으로, 다른 증권사의 경우 최초 가입금액이 3,000만∼5,000만원이지만 이 상품은 가입금액에 제한이 없다.
동부증권은 원금 손실을 볼 경우 수수료를 받지 않는 일임형 랩 상품을 선보였다. '동부 윈 랩어카운트'는 내년 11월30일까지 1년간 가입하는 고객에 대해서는 첫 계약기간에 원금 손실이 생기면 연 3%인 수수료를 면제해주고 최저 가입금액도 지점에서 관리·운용하는 계좌의 경우 1,000만원으로 비교적 가입 문턱이 낮다.
맞춤형과 투명성에 매력
일임형 랩은 투자자가 전문가의 자문을 받아 포트폴리오를 직접 구성하는 일종의 맞춤형 금융 서비스라는 점과 자산운용 내용과 수익률 등 성과를 투명하게 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히고 있다. 미래에셋증권 고객자산운용팀 이재오 팀장은 "고객의 투자성향에 맞게 수익률을 안정적으로 운용하고 있어 보수적인 투자자들이 많이 찾고 있다"고 말했다.
전담 금융자산관리사가 상담을 거쳐 고객의 성향에 따라 주식·채권·수익증권(펀드) 등 각종 투자 대상을 한 묶음으로 싸서(wrap) 입맛에 맞는 투자 전략을 짜는 만큼 투자자는 무엇보다 자신의 투자 성향과 수익 목표를 정확히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산을 책임지고 성실하게 관리해 줄 수 있는 증권사와 운용 담당자를 고르기 위해서는 해당 증권사의 기업 및 시장분석 능력과 운용자의 경력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김호섭기자 dre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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