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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위의 이야기/금연, 혹은 시각적 흡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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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위의 이야기/금연, 혹은 시각적 흡연

입력
2003.12.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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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열여덟 살 때 처음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다. 아버지의 담배는 감히 두려워서 손도 대지 못하고, 교장실 청소 당번을 하며 탁자 위 상아 케이스 안에 가득 들어있는 담배를 친구들과 몰래 꺼내 피우며 저도 모르게 담배를 배우기 시작했다.그로부터 자그마치 30년 동안 단 하루도 담배를 입에 안 물었던 날이 없었다. 독감으로 심하게 기침을 하면서도 그것만은 꼭 입에 달고 살았다. 하루에 몇 갑을 피우는지 아내가 알면 난리가 날 정도의 흡연량이어서 대외적으로 그것이 가장 큰 비밀이었다. 당연히, 이제까지 단 한번도 담배를 끊어야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도 없었다.

그런 그가 별다른 금연의 의지도 없이 한달 가까이 담배를 피우지 않고 있다. 책상 위엔 보루째 사와 아직 여섯 갑이나 남은 담배갑과 라이터, 재떨이가 그대로 남아 그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왜 치우지 않느냐고 아내가 묻자 그가 대답했다. "그래도 오랜 벗이었는데 너무 매정한 것 같아서."

아마 저 책상 위의 담배, 꽤 오래도록 그 자리에 있을 것 같다. 그는 지금 금연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아직은 '시각적으로 흡연 중'이기 때문이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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