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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을 이기는 기업/이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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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을 이기는 기업/이랜드

입력
2003.12.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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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아동복 엘덴 인수, 6월 아동복 뉴골든·캡스 인수, 8월 6개 브랜드를 보유한 여성복 전문 중견기업 (주)데코의 경영권 확보 및 캐주얼 브랜드 제이빔 인수, 10월 유아복 앙떼떼·베이비루니툰 인수, 12월 백화점 10곳과 킴스클럽 15곳을 운영하고 있는 (주)뉴코아와 일괄 인수 계약 체결….'패션·유통 전문기업 이랜드의 2003년 인수·합병(M&A) 일지다. 1년내내 숨돌릴 틈도 없이 한 달에 브랜드 하나씩을 인수한 꼴이다. 이랜드는 올해 패션·유통 업계의 불황을 오히려 M&A를 통한 성장의 기회로 적극 활용, 언제나 화제를 몰고 다녔다. 이랜드는 이외에도 4월 유럽풍 주니어 내의 '쁘띠랭'을 내 놓았고 10월에는 고급 유·아동 브랜드 '프리치'를 출시했다. 모두 허리띠만 졸라맸던 올해 이랜드는 고객의 요구를 철저히 조사해 조그마한 틈새만 있어도 시장을 공략, 끊임없이 영역을 확장했다. 이러한 전략에 힘입어 이랜드의 올해 매출액은 업계 전반의 마이너스 성장에도 불구하고 지난해에 비해 10% 이상 늘어난 것으로 회사측은 보고 있다. 지난해 이랜드의 매출액은 1조926억원, 순이익은 1,297억원이었다.

이랜드 문기환 상무는 불황 극복 비결에 대해 "선택과 집중, 지식경영, M&A와 세계화 등 세가지 경영전략이 키 포인트"라고 귀띔했다. 선택과 집중은 이랜드의 과거 실패에서 얻은 경험에서 비롯됐다. 80년대 브렌따노, 언더우드, 헌트 등 캐주얼 브랜드의 잇따른 대박에 자신감을 얻은 이랜드는 90년대 들어 신사복, 숙녀복, 액세서리, 제화 부문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그러나 자신의 핵심 역량을 망각한 채 외형 위주의 성장만 도모한 결과는 참담했다. 외환위기가 닥치며 회사가 휘청거렸던 것. 이랜드는 이때 선택과 집중을 통해 28개 계열사를 8개 계열사로 정리하고 직원도 40%나 감원했다. 매출도 절반인 5,000억원 대로 줄었지만 뼈를 깎는 구조조정으로 회사는 회생의 기틀을 마련했다.

두 번째 비결은 회사와 구성원이 가진 유무형의 지식을 총체적으로 관리, 역량을 극대화한 이른바 지식경영의 채택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푸마. 2000년말 이랜드는 그 동안 축적된 경험과 지식을 토대로 고객 분석을 한 결과 푸마를 축구 위주의 남성 스포츠 용품이 아닌 여성과 힙합을 테마로 한 젊은 감각의 스포츠 브랜드로 탈바꿈 시켜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이랜드는 이에 따라 푸마의 상징을 녹색에서 빨간 색으로 바꾸고 매장도 젊은 층이 많이 모이는 곳을 중심으로 새로 단장해 선보였다.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2000년 100억원에 불과했던 매출은 지난해에는 970억원으로,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5억원에서 200억원으로 폭증했다.

M&A는 이렇게 일어선 이랜드가 제3의 도약을 위해 채택하고 있는 전략이다. 지난해 경기 침체가 심화하며 가치가 높은 기업이나 브랜드가 매물로 나오는 데 착안한 박성수 회장은 M&A에 힘을 기울일 것을 지시했다. M&A는 특히 직접 브랜드를 출시, 안정화시키는 데 드는 비용과 시간, 리스크 등을 줄여준다는 게 박 회장의 생각이었다. 이에 따라 이랜드는 지난해 국제상사의 최대 주주가 된 데 이어 올해에도 내로라하는 브랜드 12개를 인수했다. 급기야 (주)뉴코아 인수 본계약까지 체결, 안정적인 거대 유통망도 확보하게 됐다. 이미 계열사로 갖고 있는 '2001아울렛'까지 포함하면 국내 5∼6위권의 유통업체라는 것이 회사측의 주장이다.

이랜드가 과거의 무분별한 사업 확장의 과오를 되풀이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문 상무는 "의류와 유통은 서로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인 데다가 시너지효과도 크기 때문에 과거 확장과는 성격이 다르다"고 말했다.

앞으로의 전략은 무엇일까. 김용범 과장은 "최근 KOTRA에서 발표한 중국인 설문조사에서 이랜드가 한국 의류브랜드 가운데 선호도 1위를 차지했다"며 "앞으로는 중국과 미국 시장을 적극 개척, 이랜드의 영역을 세계로 넓혀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 이랜드는 어떤 회사

이랜드는 1980년 서울 이화여대 앞의 2평 짜리 보세점 '잉글런드'에서 시작됐다. 당시 27세였던 박성수 회장은 패션에 목말라 있던 여대생들에게 감각적인 캐주얼 의류를 선보였고 대학가를 중심으로 입소문이 퍼지면서 숙명여대, 성신여대 등의 대학가와 명동에도 체인점을 내게 됐다. 박 회장은 이어 83년 '브렌따노', 85년 '언더우드', 88년 '헌트'를 잇따라 출시, 대성공을 거뒀고 회사는 고속 성장했다.

97년 외환위기를 전후로 매출 위주의 외형 성장에서 탈피, 내실 경영을 추구하면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진행됐다. 사업부별 독립채산제로 재무성과를 측정·평가하고 수익과 현금흐름이 높은 사업에 집중하는 경영체제가 정착된 것도 이때다.

창립 초기부터 선진경영기법을 도입, 생산은 아웃소싱으로 맡기고 마케팅은 프랜차이즈 방식으로 운영, 주목을 끌었던 이랜드는 2000년부터 '지식경영'을 핵심코드로 삼아, 패션 및 유통 분야에서 세계최고의 '지식회사'를 지향하고 있다. 이랜드는 기업의 존재 이유를 '이익의 창출과 그 이익의 사회적 환원'에 두고 재단법인 이랜드와 이랜드 복지재단을 설립, 운영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매년 순이익의 10%를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발표, 박수를 받았다. 이랜드는 사회소외계층 지원과 북한 어린이 지원, 장학·학술·의료 사업 등에 이 금액을 사용키로 하고 세부적인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박일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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