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지난 주 "지난 대선 당시 대기업으로부터 불법 모금한 자금은 490억원"이라는 자체 조사결과를 공개했지만 "그것이 전부가 아닐 것"이라는 추측이 끊이지 않고 있다.최병렬 대표는 14일 노무현 대통령과 4당 대표의 청와대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앞으로 1억∼2억원, 3억∼4억원이 나오면 추가로 말하겠지만 큰 덩어리는 490억원에서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이재오 사무총장은 12일 "SK 100억원, LG 150억원, 삼성 140억원, 현대자동차 100억원 등 490억원"이라며 "혹시 더 있을 수도 있지만 큰 돈이 아닐 것"이라고 밝혔었다. 중소기업 등에서 받은 돈이 약간 더 있을 수도 있으나 대기업의 뭉칫돈은 490억원이 전부라는 얘기다.
그러나 당 주변에는 "정황상 당에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대기업 불법자금이 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관측이 무성하다. 당장 롯데와 금호, 한진 등 3개 대기업이 검찰의 수사대상에 올라 있으면서도 한나라당에 제공한 불법 자금내역이 드러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검찰이 이들 대기업에 대해 압수수색 등을 실시한 것은 해당 기업의 불법 자금이 당측에 제공됐다는 단서를 잡고 있다는 뜻이라고 보고 있다. 그런데도 자체 조사에서 문제의 자금이 파악되지 않은 것은 그 자금이 이회창 전 총재의 측근이나 대선 당시 지도부에게 전달됐으나 공식조직에는 들어오지 않고, 중간에서 착복 또는 유용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롯데에선 들어온 돈이 없는 것으로 안다"고 한 이 총장의 발언도 "롯데의 돈이 당에 전달되지 않았다"는 의미일 뿐 "롯데가 돈을 주지 않았다"는 뜻은 아니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이 전 총재가 서정우 변호사 구속 이후 검찰 출두 등 대응을 주저하는 것도 대기업 불법 자금의 유용사실 등이 추가로 돌출할 가능성을 의식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이 전 총재의 한 측근은 이날 "이 전 총재는 롯데 등 다른 대기업의 자금제공 여부를 알지 못하며, 서 변호사도 검찰에서 '이들 기업의 돈은 받은 바 없다'고 진술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 전 총재가 "나의 출두가 새로운 시작이 될 수도 있다"고 말한 것도 이런 맥락으로 보인다.
/유성식기자 ssy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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