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겨울 신촌역 근처에 있는 좁다란 사무실로 찾아가 영어 강사 한 사람을 만났다. 이름은 문단열. 한눈에도 재기와 열정이 넘쳐 보이는 키 큰 사내였다. "아이들 영어 공부는 어떻게 시키세요?" "아무 것도 안 시켜요. 나중에 고학년이 되면 그때 신경 쓰려고요." "어? 나랑 똑같네. 실컷 놀아야 할 때 무슨 영어에요. 저도 아무 것도 안 시켜요."영어 조기 교육 열풍에 온 나라가 미쳐 돌아가는데, 초등학교 3학년 아이에게 아무것도 안 시킨다고? 그것도 영어 가르치는 일과 영어 책 만드는 일로 밥을 먹고 사는 사람이? 영어 강사 가운데도 나랑 비슷한 '희귀 동물'이 있다는 게 너무 반가웠다.
그 뒤 문씨와 함께 4권의 책을 만들었다. 그러는 사이 그는 인터넷 사이트, 케이블 방송, 교육방송의 계단을 하나하나 밟아 올라 가 이제는 지상파 방송에 자주 등장하는 스타가 되었다. 인기 가수의 콘서트나 오락 프로그램을 무색케 하는 그의 열강에 수많은 영어 초보자들이 열광한다. 덕분에 그의 책도 베스트셀러 순위를 휩쓴다. 1997년 외환 위기 때 엄청난 빚을 떠안고 나락으로 떨어졌던 자그마한 영어학원 원장이 불혹의 나이에 대중 스타로 떠오른 것이다.
나는 그가 인생의 2막을 열어 젖히는 지난한 몸짓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이 사람은 성공한다. 충분히 성공할 자격이 있다'는 생각을 버린 적이 없다. 교육자와 피교육자라는 경계를 허물고 함께 뒹굴고 춤추면서, 영어 못하는 이들에게 자신감과 용기를 심어주려는 그의 진실한 열정을 일찌감치 눈치챘기 때문이다. 영화배우 최민식씨가 어디선가 말했듯 "작은 대박은 상업적 기획의 결과지만, 진짜 큰 대박은 진정성에서 나온다."
한 필 훈 출판·길벗이지톡 편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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