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달초 서울 지하철 1호선 회기역 승강장에서 50대 승객이 열차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날까지 올해에만 수도권의 전철과 지하철에서 사고로 목숨을 잃은 사람이 68명에 이른다. 5일에 한번 꼴로 아까운 인명이 비극을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지하철을 자살 수단으로 이용하는 일도 생기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사고가 반복되고 있는데도 해결 방안이 제시되지 않고 있다.물론 대책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서울시는 2007년 개통 예정인 지하철 9호선에 안전사고, 소음, 먼지를 줄일 수 있는 스크린 도어를 설치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스크린 도어는 지하철 승강장과 선로 사이에 설치하는 문(도어)이 달린 차단 장치이다. 그렇지만 현재 사고가 발생하고 있는 구간인 지하철 1∼8호선에 대해서는 스크린 도어를 설치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 구간에도 스크린 도어를 설치하면 사고는 줄어들겠지만 설치 비용과 기술에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다.
지하철 승객들은 누구나 출·퇴근 시간이면 지하철 승강장에 서 있기조차 어려울 정도로 붐비는 것을 경험할 것이다. 그리고 선로로 추락할 뻔한 위기를 경험한 적도 있을 것이다. 그만큼 우리 지하철은 안전하지 않다. 한발만 내디디면 선로로 떨어지는데도 이를 막아주는 장치가 없다.
전문가들은 지하철역의 안전사고를 막는 방법은 스크린도어의 설치 외에는 없다고 입을 모은다. 지하철 역 1곳 당 설치비용이 30억원에 이르지만 안전 사고의 95%를 예방할 수 있다. 그래서 교통 선진국들은 승객의 안전 보장, 소음 및 실내공기의 오염 방지를 위해 스크린 도어 설치를 확대하고 있다.
예산 문제로 지하철 안전대책은 방치하면서 다른 한편에서는 지하철 추가 건설비용으로 내년에만 수천억 원의 예산을 편성하는 서울시 행정을 이해하기 어렵다. 예산을 추가로 편성하더라도 스크린 도어 설치는 서둘러야 한다.
또한 당장에 스크린 도어를 모든 지하철역에 설치하는 것은 어렵다 하더라도 많은 시민들이 이용하거나 사고가 잦은 지하철역에는 우선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더 이상 시간이 없다. 지금도 5일에 한번씩 소중한 인명이 희생되고 있다. 희생자가 누가 될지 아무도 모른다. 뻔히 예상되는 안전사고를 방치하는 것은 잔인하고 비인간적인 처사다.
이 미 경 녹색교통운동 정책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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