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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에세이/아내여, 정말 사랑합니다

입력
2003.12.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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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 아내의 잠든 얼굴을 바라보고 있다. 출근길을 서둘러야 하는 월요일 아침, 그렇지만 나의 팔을 베개로 하고 누워 곤히 잠든 아내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겠다.아내를 보며 내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보내고 있음을 느낀다.

대학 캠퍼스에서 처음 만난 아내의 앳된 모습을 나는 잊지 못한다. 신입생이던 아내는 처음 신어보는 하이힐이 어색한 듯 걸음을 균형 있게 걷지 못했다. 그 천진한 모습이 얼마나 아름답게 보였는지 모른다. 하얀 피부를 가진 미인인데다 앙징스런 말투를 가진 아내는 남학생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았다. 이 여자와 함께 평생을 보낸다면…. 마침내 가슴 한 구석에 품었던 꿈이 이뤄졌고 나는 아들, 딸 하나씩을 둔 가장이 됐다. 나는 지금도 아내와 결혼했다는 사실이 믿겨지지 않을 때가 있다.

지금의 아내 얼굴은 대학 시절의 기억과는 다르다. 30대 후반인 아내의 얼굴에는 세월의 흔적이 배어 있다. 연애 시절 나는 아내에게 "이 세상의 누구 부럽지 않게 당신을 행복하게 해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런데 나는 과연 아내를 행복하게 해주었던가.

나 역시 꿈 많고 야심만만하던 젊은 시절의 내가 아니다. 마흔 살 인생을 돌아보니 대체로 부끄럽지만 조금은 자랑스럽기도 하다. 사회 생활을 하면서 평범한 직장인으로서의 한계를 맛보았지만 나름대로 최선을 다한 삶이었기 때문이다.

아내는 연애 소설이나 영화에 나오는 주인공처럼 풍족하고 화려한 결혼 생활을 꿈꾸었을 것이다. 그런 아내의 바람을 이뤄주지 못했다.

오히려 아내는 빠듯한 살림살이를 맞추느라 이런 저런 궁리를 하는 눈치다. 그렇지만 아내는 이런 내색을 한 적이 없고 항상 밝은 표정으로 나를 대한다. "당신과 우리 가족이 건강하면 더 이상 바랄게 없어요." 아내의 부탁을 들으며 나는 세상을 좀 더 씩씩하게 살아야겠다고 다짐해본다. 아내여, 정말 사랑합니다.

/yong1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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