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에 생포된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은 왜 체포의 손길이 닥치기 전 '명예로운 자살'을 택하지 않았을까.미군 당국의 설명에 따르면 후세인은 체포 당시 AK 소총 2정을 소지하고 있었다. 지하 은신처에 깊숙히 몸을 숨기고 있는 상황에서 자신을 조여오는 위협을 느꼈다면 생포 전 자신의 운명을 결정할 시간적 여유는 충분했을 정황이었다.
하지만 그는 총 한 발 쏘지 않고 "아무 저항 없이" 체포에 응했다. 미군 당국은 "생포 후 후세인이 매우 협조적이었으며 말을 많이 했다"고까지 전했다.
예상외의 후세인의 반응에 대해 일각에서는 오랜 도피생활에 지친 자포자기의 결과가 아니겠냐는 분석도 있으나 오히려 또 다른 형태의 저항 전술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게릴라식 저항을 조종하는 데 한계를 느낀 후세인이 향후 전세계적인 관심 속에 진행될 재판 과정에서 대량살상무기 과장, 중동 재편 전략 등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약점을 집요하게 부각시키는 '여론전'에 주력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법정에서 탄압 받는 모습을 통해 이라크인의 자존심을 자극하며 공개적으로 성전을 독려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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