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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원의 30대를 위한 쪽지]<44>밑바닥을 체험해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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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원의 30대를 위한 쪽지]<44>밑바닥을 체험해보라

입력
2003.12.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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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대기업 중역이 체험한 인생"나는 노숙을 해 본 사람야!"라며 노숙경험을 경력처럼 내세우는 30대 중소기업 사장을 최근에 만났다. 그는 국내에서 열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재벌 그룹에서 근무하던 경력 15년의 엘리트 샐러리맨이었다.

그는 여러 가지를 체험했다. 30대 초반에 부장이 되었고 5년 후에는 중역이 됐다. 그 때 그의 나이 38세. 그동안 회사 일로 외국에 다녀온 횟수만 100회가 넘었고 몇 백억짜리 중요한 프로젝트의 책임자가 되기도 했다.

그의 체험 속에는 물론 술체험, 국내외에서의 여자체험, 책처럼 현금을 포장해서 갖다 주는 촌지체험도 있다. 물론 차떼기로 갖다 주는 뭉치돈 현금촌지는 받아보지 못했지만 말이다. 그러나 그가 진짜 알짜배기 체험을 시작한 것은 생전 처음 구조조정을 당한 뒤부터다.

IMF가 그에게 여러 가지 힘든 체험을 시키기 시작했다. 우선 설명도 없이 자신의 집무실이 사라지는 것을 겪었다. 그보다 1년쯤 후에 그룹이 완전히 무너지는 것을 봐야 했다.

그의 노숙 체험은 IMF로 인해 구조조정을 당한 직후 시작된다.

대통령도 노조도 미국도 믿을 수 없을 때

IMF는 연말의 매서운 칼바람 속에서 시작됐다. 백수가 된 전직 샐러리맨이나 부도를 낸 중소기업 사장들이 노숙한다는 기사를 읽은 어느날 밤, 그는 서울역 지하도로 들어섰다. 재취업은 꿈도 꾸지 않았다. 꿀 수도 없었다. 그렇다면 독립하자, 중소기업을 하나 차리자. 그러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그가 독립을 꿈꾸며 의도적으로 노숙자 대열에 끼었다.

백수가 되자마자 홀로 서기를 각오하고 여기저기 뛰어다니기 시작하면서 그는 의지할 데가 어디에도 없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회사를 믿을 수도 없고 정부나 대통령이나 노조도 믿을 수 없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미국이고 일본이고 믿을 나라가 없다는 것도 깨우쳤다.

사업이 실패하면 자신도 노숙자가 되리라는 끔찍한 예감에 몸을 떨었다. 그렇다면 미리 노숙을 체험하고, 그런 비참한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도록 자신의 몸과 마음을 다짐하는 뜻에서 시도한 것이 노숙체험이었다. 그는 사흘간 서울역 지하도에서 잤다.

훌륭한 지옥 체험…운명과의 '맞장뜨기'

돈을 주고도 못하는 체험이 있다. '비싼 돈을 물었지만 수업료로 낸 셈 치자'는 말도 있다. 홀로서기 계획이 있다면 한 번쯤 노숙으로 몸과 마음을 다지라. 계획이 없더라도 연말 노숙은, 운명과의 멋진 맞장뜨기다.

그 정도 각오 없이는 이제 직장생활도, 홀로서기도 어려운 시대가 되고 있다. 하루 평균 1,200명의 청년 백수가 생긴다는 통계청 발표를 현실로 받아들이라. 더구나 홀로서기는 직장생활보다 더 어렵다. 어려움에 대한 면역도 높이고 에너지 차원을 높이기 위한 노숙 체험은 기대 이상의 뚜렷하고 가시적인 효과가 있다. 앞에서 말한 대기업 중역 출신 중소기업 사장이 이를 증명한다. 그는 지금 성공한 사업가다.

노숙만 훌륭한 체험이 아니다. 음주운전 하다가 걸린 연예인들이 많이 하는 사회봉사 체험도 훌륭하다. 불행한 노인들만 모인 양로원을 찾아가 목욕시켜드리는 봉사활동이나, 도심지의 화장실 청소도 멋진 체험에 속할 것이다.

아니 멀리 갈 필요도 없다. 자기 회사 화장실 청소가 더 효과적일지 모른다. 인생의 제일 밑바닥을 맛보란 뜻이다. 내년에 독립하려거든 좌우간 연말을 힘들고 지저분하게 보내라. 깨끗한 새해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한국네트워크마케팅협회회장 smileok@knm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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