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프리 윌리'의 주인공 범고래 케이코가 12일 노르웨이 바다에서 죽었다. 녀석을 돌본 데인 리차즈씨는 "급성 폐렴 증세를 보이다 죽었다"고 말했다. 올해 27살인 케이코는 길이 10.6m에 무게 6톤으로 이날 연안에 죽은 채 떠오른 것이 발견됐다. 대개 야생 범고래는 수명이 35년 정도다.케이코의 죽음으로 한 번 길들인 동물을 다시 야생으로 되돌려보내려 한 인간의 실험은 실패했다. 전문가들은 "케이코와 같이 길들여진 동물을 야생으로 돌려보낸다는 것은 터무니없는 짓"이라며 "다른 고래들은 인간에게 의존적이고 자기들과는 너무도 다른 케이코를 절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케이코(일본어로 행운아라는 뜻)는 두 살이던 1979년 아이슬란드 부근 바다에서 붙잡히면서 인간세계에 발을 디뎠다. 이후 아이슬란드, 캐나다, 멕시코의 해양공원에서 각종 동물쇼에 동원됐다.
녀석의 운명은 사이먼 윈서 감독의 1993년 작 '프리 윌리'가 대히트를 치면서 완전히 바뀌게 된다. 영화에서 녀석은 소년의 도움으로 해양공원을 탈출해 야생의 자유로 떠나는 역할을 맡았다.
이후 케이코가 실제로 11년간 열악한 환경에서 사육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미국에서는 수백만 달러의 기금 모금 캠페인이 벌어졌다. 이 모금을 토대로 '프리 윌리-케이코 재단'이 설립돼 98년 녀석을 자연으로 되돌려보내는 '케이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5년 간 2,000만 달러(240억 원)를 투입하는 엄청난 사업이었다.
케이코는 먼저 미 오리건주 뉴포트 해양박물관에 마련된 대형 특별 풀로 옮겨졌다. 이어 풀째 원래 살던 아이슬란드로 공수됐고 이곳에서 5년 간 야생 적응 훈련을 거쳐 작년 7월 바다로 나갔다.
그러나 케이코는 6주 만에 1,400㎞ 떨어진 노르웨이 스칼비크 만에 나타났다. 사람과 함께 지내던 시절을 잊지 못한 것으로 과학자들은 분석했다. 케이코는 이곳에서 어린이를 등에 태우는 등 사람들과 어울려 놀았고 케이코 프로젝트를 추진한 전문가들도 이곳에서 돌봐주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김이경기자 moonligh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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