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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 현장/ 성남주민들 시립병원 건립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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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 현장/ 성남주민들 시립병원 건립운동

입력
2003.12.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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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의 힘으로 환자 편에 서는 병원 하나 지어봅시다."만성호흡장애에 시달리는 경기 성남시 주민 김영창(49)씨는 성남시립병원 설립촉구 서명용지에 이름 석자를 적곤 굵게 한마디 뱉었다. 1시간 걸려 찾은 종합병원마다 냉대를 당하고 동네병원에서 근근이 약이나 타먹는 처지이기 때문이다.

올해 종합병원 2곳이 문을 닫은 경기 성남시 수정구와 중원구 등 구도심 주민들은 지난달 초 직접 나서 '성남시립병원설립을 위한 범시민추진위원회(시립병원추진위)'란 간판을 내걸었다. 목표는 전국 최초로 '지방공사성남의료원설치조례'를 주민 발의로 제정한다는 것. 4일 본격적인 서명에 돌입한 추진위는 열흘 만에 5,000여명의 서명을 받았다. 3개월 안에 20세 이상 성남시민 1만1,000명의 서명을 받아야 주민 발의를 할 수 있으니 출발은 산뜻한 편.

서명이 마무리돼 주민발의를 하더라도 조례(안)에 대한 시의회 의결 절차가 남아 아직 결과를 짐작하긴 이르지만 시립병원에 대한 꿈은 남다르다. 추진위 관계자는 "시립병원은 저렴한 진료비, 간병부담 경감 등을 통해 의료소외계층에 대한 진료기회를 늘려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조심스럽지만 시립병원 부지도 7월 폐업한 인하병원, 1공단부지 일부, 신흥동 시유지 활용 등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시립병원 운영은 예산 낭비란 비난에 맞서 지역주민이 참여, 감시하는 제도적 장치도 마련해 병원 운영에도 끼여들 참이다.

성남 주민들이 공청회를 열고 단체까지 꾸려 시립병원 설립 서명운동에 나선 것은 그만한 사정이 있다. 수정구 인하병원(450병상)이 7월 폐업하고 성남병원(250병상)도 9월 휴업을 해 성남 인구 96만명 중 54만명이 사는 구도심에 남은 종합병원은 성남중앙병원(292병상)이 유일하다.

성남엔 4개의 종합병원이 더 있지만 모두 분당구에 몰려 있는데다 다른 병원에 비해 진료·입원비가 비싸고 진료를 받기 위해선 몇 달을 기다려야 한다는 게 주민들의 불만이다. 구도심 주민들은 "가는 데만 1시간이 걸려 응급의료체계가 무너졌다"고 볼멘소리를 냈다.

성남시는 이에 대해 "의료공백이 아니라 의료불편"이라고 맞서고 있다. 구도심만 보면 종합병원 부족이 맞지만 성남 전체를 따져보면 병원이 남아돈다는 논리. 시 관계자는 "구도심 주민 불편을 줄이기 위해 버스노선 조정까지 했다"며 "시립병원은 시설과 경영면에서 일반병원에 뒤져 비효율을 낳을 위험이 커 대안으로 대학병원을 유치하겠다"고 밝혔다. 성남시가 대학병원 건립을 위해 신흥동 시유지를 10년 장기분할로 매각하고 행정 지원을 하겠다는 공문을 전국 37개 의과대학에 보냈지만 포천중문의대만 건립의사를 밝힌 상태다. 이마저 시의회 경제환경위원회가 "특혜시비가 있을 수 있다"며 관련 조례개정안 처리를 유보했다. 이래저래 주민들의 시립병원 설립 운동에 힘이 실리고 있는 형편. "쓸데없는 운동장만 지을게 아니라 병원을 지어달라"는 주민들의 요구가 무르익고 있다.

/성남=고찬유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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