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인 안희정씨를 11억여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함으로써 현 정권은 도덕성에 치명상을 입게 됐다. 더구나 노 대통령이 14일 "불법자금 규모가 한나라당의 10분의 1을 넘을 경우 대통령직을 걸고 정계를 은퇴하겠다"고 선언함에 따라 검찰 수사결과가 정권의 명운을 좌우하는 양상으로까지 발전하고 있다.검찰은 안씨가 대선전 여러 기업으로부터 5억9,000만원의 불법 대선자금을 받았고, 강금원 전 창신섬유 회장에게서 장수천 빚 변제명목으로 4억5,000만원을 받았다고 밝혔다. 노무현 후보가 "부정한 돈을 받지 않겠다"고 공약하던 시점에 측근 안씨는 기업 관계자들을 만나 불법자금을 받았다는 얘기다.
특히 삼성이 합법 후원금 10억원을 내면서 당 공식창구가 아닌 안씨를 경유한 것은 노 후보의 측근이라는 안씨의 신분이 작용한 결과로 보이며, 이는 자연스레 노 후보가 안씨의 모금활동을 몰랐느냐는 의문으로 이어진다.
안씨는 5억9,000만원의 출처를 함구하면서 이 돈을 대선자금 용도로 썼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돈의 절반 이상이 선봉술 전 장수천 대표가 관리하는 계좌에 입금됐다 이후 인출된 점으로 미뤄 민주당 부산선거본부 선거자금으로 집행됐을 가능성이 있다.
강 회장이 준 4억5,000만원에 대해 검찰은 "대선 당시 장수천 부채 관련 의혹이 나오자 이를 해소하라며 강씨가 안씨에게 준 정치자금"이라고 밝혔다. 강씨는 그동안 "장수천 빚 변제용으로 9억5,000만원을 선봉술씨에게 줬다"고 주장했다. 당초 주장에서 5억원이 줄었고 중간 경유지로 안씨가 등장했다. 주목되는 것은 '장수천 빚 관련 의혹 해소'는 노 대통령의 정치활동을 염두에 둔 것인데, 이 부분을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문제삼아 안씨를 처벌하는 게 과연 타당한 것이냐하는 점이다. 안씨는 돈의 전달자일뿐, 득을 본 쪽은 노 대통령 본인이라는 지적인 것이다.
검찰은 "구체적인 법률관계는 좀 더 따져봐야 한다"며 말을 흐렸다. 한편 노 대통령의 발언에 따라 향후 검찰수사에서 드러날 각 당의 불법 대선자금 규모가 초미의 관심이 되고 있다.
지금까지 드러난 한나라당의 불법자금은 502억원이므로 노 후보 캠프가 50억원 이상의 불법자금을 모금했다면 헌정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노 캠프의 불법자금은 현재 안씨가 이광재씨로부터 전달받은 썬앤문 1억원과 기타 여러 기업에서 받은 5억9,000만원 등 6억9,000만원 정도. 하지만 대선 당시 각당 후보 캠프의 불법 자금은 모두 유동적이어서 예단은 일러 보인다.
/노원명기자 narzi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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