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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담 후세인 생포/ 이모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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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담 후세인 생포/ 이모저모

입력
2003.12.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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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의 생포 사실이 알려지자 바그다드의 미군 지휘부는 희색이 만연했다. 치밀한 정보를 바탕으로 후세인의 근거지를 급습해 상당한 자신감을 가졌으나, 막상 그가 아무런 저항 없이 생포된 데 대해 오히려 당혹스러운 모습까지 보였다. 미군 지휘부의 이런 분위기는 그의 생포를 공식 발표하는 14일 기자회견장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폴 브레머 이라크 최고행정관은 질문을 쏟아내는 취재진에게 "앞으로 (당신들) 바빠질 것만은 분명하다"는 말로 들뜬 심경을 표시했다.

기자회견장에서의 브레머의 발언은 한 마디 한 마디가 백악관과 국방부의 속내를 그대로 드러냈다는 게 외신들의 반응이다. 브레머가 "그는 (생포 당시) 수다스러웠다" "피곤해 보였다" "운명을 체념했다" 는 등 후세인에 대해 지극히 조롱조의 발언을 쏟아냈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브레머가 장차 생겨날지 모르는 후세인에 대한 우상화에 대비, 의도적으로 그를 초라하게 묘사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후세인이 치아 검사를 받기 위해 입을 벌리고 이빨을 내보이는 비디오가 상영될 때 브레머를 비롯한 미군 지휘부의 얼굴에 가벼운 미소가 흐르기도 했다.

후세인의 생포소식은 아랍권 취재진에게도 큰 충격으로 받아들여졌다. 후세인의 초췌한 모습이 비디오로 상영되는 순간, 흥분을 이기지 못한 아랍권 일부 취재진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고함을 지르는 등 기자회견장은 한동안 뒤숭숭해졌다. 한 이라크인은 "사담에게 죽음을"이라고 외치기도 했다. 브레머가 잠시 후 이들은 자제시키기는 했지만, 아랍권의 충격을 십분 수긍한 듯 이들의 감정을 즉각 제지하지는 않았다.

후세인의 목에 걸린 막대한 현상금을 누가 가져 가느냐도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후세인을 생포 또는 사살하거나 그의 소재에 대한 결정적인 제보를 하는 사람에게는 2,500만 달러(300억 원)라는 천문학적인 포상금을 제공키로 돼 있다. 콜린 파월 미국 국무부 장관은 7월 후세인의 두 아들인 우다이와 쿠사이의 소재를 알려준 제보자에게 3,000만 달러의 상금을 지급하는 것을 승인한 바 있다.

후세인 생포소식을 접한 아랍권은 대체로 "환영한다"고 논평하면서도 후세인 이후의 이라크 정정에 더 깊은 관심과 우려를 표시했다. 아무르 무사 아랍연맹 사무총장은 14일 "후세인의 운명은 이라크인들에게 맡겨야 한다"며 "구 정권의 운명에 최종적인 결말을 지을 이번 중대사건에 대해서는 이라크인들이 말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스라엘을 상대로 팔레스타인 독립 운동을 펴고 있는 이슬람 무장단체 지도자들은 후세인의 체포가 미군 점령에 대한 이라크인들의 저항을 종식시키지는 못할 것이라며 아울러 이라크인들에게 미국의 아랍세계에 대한 점령이 끝날 때까지 지속적으로 저항할 것을 촉구했다.

/황유석기자 aquarius@hk.co.kr

■ 생포된 곳 티크리트는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이 체포된 것으로 알려진 티크리트는 후세인의 고향으로 이라크 내 저항세력의 대표적인 근거지로 꼽히는 곳이다.

티크리트는 수십년에 걸친 후세인 집권 시절 이곳 출신 수니파가 집권 바트당과 군, 정보기관 등의 요직을 독차지하면서 정권의 든든한 지지기반이 돼 왔다. 이라크 전 중에는 미군에 끝까지 저항했던 지역이다.

특히 이라크전 종전 후 티크리트와 바그다드 서부의 라마디, 바그다드를 잇는 바그다드 북서부 삼각지역은 이라크 내 수니파가 집중 거주하는 곳으로 미군에 대한 저항이 가장 격렬해 '수니 삼각지대'라고 불려 왔다. 미군 당국은 지금까지 후세인이 이 지역에 은신해 있을 것으로 추정해 왔다.

지난달 30일 이라크 내 한국인 피격 사건 역시 티크리트에서 발생했으며 미군 블랙호크 헬기가 피격돼 6명이 사망하는 등 미국을 위시한 점령군에 대한 저항 세력의 공격이 가장 심한 지역 중 하나다.

후세인의 장남 우다이와 차남 쿠사이는 7월22일 티크리트에서 약 200㎞ 북쪽으로 떨어진 모술의 한 빌라에서 미군과의 격전 끝에 숨졌다.

/김이경기자 moonligh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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