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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메콩의 슬픈 그림자, 인도차이나

입력
2003.12.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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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현 지음 창비 발행·1만5,000원

중국 몽골 일본 프랑스 미국 등 역사상 강국과 홀로 맞서 싸워 당당하게 독립하고 통일 조국을 이룩한 베트남. 그리고 비슷한 시기에 공산화한 주변국 캄보디아와 라오스. 인도차이나 3국으로 불리는 이 나라들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의 전장이었고, 수백만 명이 숨진 킬링필드였다.

'메콩의 슬픈 그림자, 인도차이나'는 현대사에서 최악의 비극을 체험한 이 땅의 상처와 흔적을 훑어가며 기록한 역사문화기행서이다. 저자 유재현(41·사진)씨는 전노협(전국노동조합협의회)준비위 등에서 일해 온 노동 운동가. 1992년 '창작과 비평' 봄호에 단편소설 '구르는 돌'로 등단하기도 한 유씨는 97년부터 베트남을 수시로 드나들고, 올해 초에는 35일 동안 머무르면서 그 역사의 현장을 더듬었다.

이 책은 기본적으로 여행기의 형식을 취하면서도 그 의미와 배경을 세심하게 추적하는 방식으로 구성됐다. 그는 인도차이나 3국을 진보적이고도 냉정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베트남 전쟁 당시 미국의 횡포와 야만성을 낱낱이 고발하면서도 75년 종전 후 철권통치의 늪에 빠져 있는 베트남의 현실과 그 배경에 대해서도 눈을 돌린다. 그는 메콩 삼각주에 있는 차이나타운에서의 화교 탄압, 캄보디아 침공, 라오스에 대한 영향력 유지 등이 베트남의 패권국가로서의 속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라고 지적했다.

캄보디아 킬링필드의 상징인 '퉁슬렝' 박물관을 찾아가서도 그 이면을 살펴보려고 한다. 이 곳은 1975년부터 1978년까지 집권한 폴포트 정권 치하에서 정치범 수용소로 이용됐던 장소로 당시 처형된 2만여 명의 유골로 캄보디아의 지도를 만들어 놓아 폴포트의 극악무도한 만행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그는 베트남과 캄보디아가 갈등을 빚은 역사적 배경을 조명하고, 1979년 베트남이 프놈펜을 점령한 후 국제적 비난을 피하기 위해 폴포트의 극악무도함을 알리기 위해 만들었다는 점을 고발했다. 나아가 살인마로 알려진 '폴포트'정권 하에서 죽은 사람은 200만명이 아니라 80만명이며, 상당수는 굶어 죽었다는 기록도 들춰냈다.

그는 현지 안내인과 함께 3개국을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위험한 일도 많이 겪었다고 한다. 캄보디아와의 국경에 있는 '푸쿠옥'섬에 무단으로 들어갔다가 베트남 해안경비대에 붙잡혀 디지털 카메라를 뺏기고 2박3일간 구금됐다가 풀려난 적도 있고, 캄보디아에서는 농부들이 밭 작물을 지키기 위해 지뢰를 매설해둔 것을 보고 충격을 받기도 했다고 한다.

그의 결론은 베트남이든 캄보디아든 모든 역사적 공과를 냉철히 보자는 것이다. 그는 "베트남전에 참전한 우리나라가 진심으로 사과해야 할 대상은 인도차이나의 민중이고, 베트남 전쟁도 제2차 인도차이나 전쟁이라고 불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시의 역사적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각국을 돌며 상당량의 자료를 모으고 공부를 했다"는 저자는 "2004년 초부터 '창작과비평'에 캄보디아 남부의 이야기를 배경으로 한 소설 '시하눅빌 스토리'를 연재할 예정이며, 장편소설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진환기자 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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