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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정치개혁·편파수사 갈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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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정치개혁·편파수사 갈림길

입력
2003.12.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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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의 불법 대선자금에 대한 검찰 수사결과가 국민들을 경악케 하고 있다. 국회를 장악하고 있는 거대야당이 한때 '대쪽'이라는 애칭으로 국민적 사랑을 받았던 이회창 후보를 내세운 선거에서 자행했다고 하는 불법자금 모금의 규모와 수법을 보면서 분노하지 않는 국민은 없을 것이다. 영화에서나 보았던 조폭들처럼 음습한 지하주차장에서 돈을 주고받고, 100억대의 돈을 '차떼기'로 받고, 서민을 울리는 고리대금업자들처럼 선이자 수수료까지 계산해 받았다니 어이가 없을 따름이다.노무현 정부가 출범했을 때 국민들은 특히 정치개혁 분야에 큰 기대를 걸었다. 노 대통령이 경제 전문가가 아닌 것이야 세상이 다 아는 일이고, 평생 외국에도 몇 번 안 가보았다니 외교 분야에 기대를 걸기도 어려웠다. 하지만 아직도 기억 속에 생생히 남아있는 5공 청문회에서의 활약상, 지역정치의 기득권을 버리고 가시밭길을 택하면서 걸어온 그의 정치역정을 고려하면 정치개혁만큼은 확실하게 이루어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것이 당연했다. 한나라당의 불법대선자금을 명쾌하게 파헤친 것은 분명 기존의 잘못된 틀을 깨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성과라고 할 수 있다.

반면 시각을 조금 달리 해보면 순수한 정치개혁이라고 보기에는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지는 일이 너무 잦다는 의혹도 있다. 측근 비리 수사는 그리도 오래 걸리는데, 야당 대선자금 수사는 쾌도난마처럼 진척되는 이유가 무엇인지. 민주당 대표경선이 여권의 바람과는 다른 결과로 나타났고, 그에 이어 특검이 재의결된 직후 이와 같은 수사결과가 나옴으로써 결과적으로 국면전환의 효과를 가지게 된 절묘한 타이밍은 또 어찌된 것인지. 총선이 몇 개월 앞으로 다가왔고 '정신적 여당'의 지구당 창당대회가 속속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정말 총선전략과는 무관한 것인지. 똑같이 부패한 정치판에서 선거를 치렀는데 승리한 쪽은 추호도 부끄러움이 없는 것인지 아니면 승자의 프리미엄을 누리고 있는 것인지.

정치개혁인가 편파수사인가. 딱 부러지는 대답을 원한다면 그는 순진한 사람이다. 대통령을 포함한 이 나라의 집권세력이 정상배들의 집단만은 아닐진대 정치개혁의 의지가 전혀 없을 리 만무하고, 마찬가지로 현실정치에서 승자의 프리미엄이 없다고 믿을 수도 없기 때문이다. 개혁적 요소와 편파적 요소가 어차피 섞여 있다고 볼 때, 개혁적 성분의 비율을 끌어올리는 것은 한나라당과 국민의 몫이다.

한나라당이 할 일은 최병렬 대표의 약속처럼 검찰출두를 불사해가면서 모든 것을 다 밝히는 것이고, 이것이 당의 미래를 여는 길이라고 믿는다. 아무리 억울함을 호소하고 편파수사 의혹을 제기해봐야 부분적인 총선승리는 가능할지 몰라도 대선승리는 불가능하다. '차떼기 정당'의 오명을 벗지 못한다면 대선승리는 요원한 일이고, 이것은 정당의 존립이유를 의심케 한다. 그러느니 과거의 잘못을 만천하에 고백함으로써 다른 정당도 동참하지 않을 수 없도록 유도하고, 그럼으로써 진정한 정치개혁을 완성하는 데에 일조한 정당으로 거듭나는 것이 훨씬 희망적인 전략이다.

국민들이 할 일은 이번 수사의 관련 당사자들이 한 약속을 잊지 않고 기억하였다가 그것이 지켜지는지를 감시하는 것이다. 열린우리당은 이상수 의원이 지금까지 밝힌 것 이외에 불법 대선자금은 없으며 필요하다면 누구라도 검찰수사에 응할 것이라고 했다. 검찰은 '불편부당한 수사에 특별히 유념'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노 대통령쪽 대선자금이 보도되지 않는다고 해서 수사하지 않는 것이 아니며 상당한 정도로 수사를 진행해 나가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정치개혁인지 편파수사인지 아직은 분명치 않지만, 조급할 필요는 없다. 원래의 의도가 무엇이었든 간에, 한나라당이 필사즉생의 자세로 참회하고 국민들이 그들의 약속을 잊지 않고 지켜본다면 모두가 승리하는 정치개혁의 결론을 만들어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진짜 중요한 것은 지금부터이다.

장 덕 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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