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령층과 성별에 따라 어떤 책을 많이 읽느냐 하는 것은 문화적 현상이다. 인터넷 서점 '알라딘'이 2003년 베스트셀러를 10대에서 40대까지 연령대와 성별에 따라 분석한 결과는 우리 사회의 단면을 그대로 보여준다.먼저 10대 청소년을 보자. 남녀 공히 부동의 1위는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나무'이고 '야생초 편지' '해리포터와 불사조 기사단' '톨스토이 단편선'이 뒤를 따르고 있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세계사 100장면' '내 생애의 아이들' '그 놈은 멋있었다'도 보인다. 1위인 '나무'는 영상세대에 어울리는 상상력이 돋보이는 것이고, '그놈은 멋있었다'는 인터넷 소설의 인기에 따른 것이라면, 나머지 상당수는 MBC '!느낌표' 선정의 영향을 받았다.
20대로 넘어가면 분위기가 확 바뀐다. 특히 남성이 많이 사는 책 상위 10위에 토익, 토플 교재가 6권이나 된다. 여성 베스트셀러에는 '나무'가 1위이고 '야생초 편지'도 포함됐지만 '토마토:토익 점수 마구 올려주는 토익'이 강세이다. 취업에 대비한 것이다. 만화 에세이 '파페포포 메모리즈'가 3위에 올라있다.
30대의 책읽기는 남녀 차이가 현격하다. 남성은 '나무' '한국의 부자들' '설득의 심리학' '그림으로 생각 키우기'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있지만, 여성 쪽은 상위 10권이 모두 어린이책이다. 자녀 교육에 목을 매는 한국 젊은 엄마들의 당연한 선택일까. 이 연령층에서 여성의 도서구입비가 남성보다 2,3배 많은 것을 고려하면 아동도서시장의 규모를 짐작하게 한다.
그런데 40대에서는 갑자기 10대의 독서 취향이 나타난다. '나무' '야생초편지' '해리포터 시리즈' '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신화'가 상위에 있다. 40대가 동심으로 돌아간 것일까. 아니다. 자녀들을 위해 이들 책을 골랐거나, 아니면 자녀들이 사달라고 졸랐다는 분석이다. 이를 해석하면 결국 우리 독서인구 중 자신을 위해 책을 고르고 사는 연령은 10대와 30대뿐이라는 얘기다.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최진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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